2001 년 11 월 27 일 (화) 밤 - 집에 돌아오는 길에 뭐가 내리긴 했는데.. ‘첫 눈’ 이었는지, ‘겨울비’ 였는지는 확인 못했다.. 쩝..
요즘 배우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과정은 기업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축적된 삶의 정보들을 체계화 하고 분석하는데 꼭 필요한 지표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산더미 같던 서류들을 제치고, 디지털화된 DB 의 보관과 관리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결혼 중개 회사. 이 곳 역시 데이터 베이스를 사용한다. 같은 과정 중에 있는 분은 잘 알려진 “듀오(DUO)” 의 데이터 베이스 프로그래머이다.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당당하게 끼워진(?) 커플링까지. ‘결혼 중개 회사’ 에서 일한다고 하니, 더욱 그 키가 높아보였다. ㅇ.ㅇ
그런데 오늘 대화를 잠시 나누던 중에, 충격적인(!) ― 하지만 생각은 할 수 있었던 ―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 중개 회사마다 자기 회사로 중개 요청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등급이 있고, 이는 남자의 경우 “경제력” 으로, 여자의 경우 “외모” 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예로, 듀오에는 ‘노블리스’ 라는 계층이 최 상위 그룹이며, 의사와 변호사, 판사, 검사 등의 남성만이 가입할 수 있다고 했다. 가입 비용도 400 만원을 호가하는 수준.. 여기에 역시 ‘노블리스’ 여성은 4 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에, ‘상당한 수준’ 의 외모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잠시 놀라고 있던 여자 강사님과 여러 직장인들 사이로, 그 분은 당당하게 고개를 돌려 이야기했다.
“솔직히 여러 남성분들 중에 외모를 따지지 않는 분이 계신가요? 반면에 여성분들은 또 경제력을 보지 않을 수 없죠. 그게 1 순위입니다.”
그랬다.. 결국 내가 믿고 있던 ‘책임있는 사랑’ 과 드라마에서 봤던 ‘착한 사랑’ 은 정작 우리의 현실 속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었다. 모두들 진정한 사랑을 간구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감동하지만, 결국 그 안에 흐르고 있던 ‘감춰진 솔직함’ 을 왜 보지 못했을까..
하지만 아직 궁금하고, 억울한 것 하나는 그 돈과 명예, 그리고 신체적 아름다움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겠냐는 의문이다. 아니 그보다 앞서, 바로 그러한 ‘조건들’ 을 보고 만난 사람들이 서로 사랑에 빠졌던 그 이유가 사라졌을 경우, 계속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일회용 같은 사랑, 늘어만 가는 이혼, 이별.. 그리고 자연스럽게 또 새로운 사랑을 찾고..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고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오늘 그 ‘결혼 중개 회사’ 담당자로부터 들은 너무나도 당당한 한 마디는 결혼에 대한 나의 환상을 완전히 깨어버렸다. ‘어떤 고객도 저희의 이런 기준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 분의 말씀은 모두가 수긍해야 할 ‘권위’ 마저 느껴졌다.
사람이 두 손을 마주 잡으면, 둘 다 놓아버리지 않는한 이어지는 것이 사랑과 우정이라고 했다. 한 사람이 지쳐있을 때라도, 그 반대편이 잡은 손을 놓지 않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나님의 손길 안에 거하는 우리는 결코 그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고백을 체험했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변함없이 “오직 믿음” 이라는, 형과 나의 배우자에 대한 유일한 기준을 바꾸지 않으셨다. 일기를 남기던 중에, 어머니께서 내 방에 잠시 들려 적던 글을 보고 가셨다. 그냥 웃으시고는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시고 나가셨다. 참된 사랑을 삶 속에서 경험하신 부모님의 고백은 지금도 우리 가정 안에 가득하다.
좋은 가정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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