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 2 월 18 일 (월) 밤 - 추워진 날씨, 감기 기운이.. 으으.. 조심조심!
저녁 내내 집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며 TV 를 봤다. 앉아서 TV 를 계속 본 것이 아니기에,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TV 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는게 더 맞는 표현일 듯 싶다.
오랜 시간동안 켜져 있던 TV 는 7시 KBS2 뉴스, 8시 SBS 뉴스, 9시 KBS1 뉴스를 연속하여 보여줬는데.. (이런이런.. 3시간 내내 뉴스라니.. ㅡ.ㅡ+ ) 공통된 스포츠 뉴스 몇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억울하게 패배한 쇼트트랙 경기 보도였고, 다른 하나는 “붉은 악마” 응원단에 대한 일부 종교계의 “돌출 행동” 이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몇몇 기독시민단체들이 “붉은 악마” 라는 축구 국가대표 응원단 이름에 대해 “공청회 및 토론회” 를 열었다. 일각에서 “백의 천사” 라는 응원단을 조직하여 붉은 악마와 함께 축구장에 나선 이래, 또 한 번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뉴스 기사 속에 깔린 공통된 전제는 ‘이런 일도 있다’ 는데 그치고 있었다. 같은 크리스챤인 내게도 약간의 억지로 느껴지는 부분이 없질 않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사실 난 “백의 천사” 라는 응원단을 구성하여, 축구 경기장에서 표출된 일부 기독 단체들의 행동이 상당히 불쾌하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오늘, 변경된 대안으로 제시된 “붉은 호랑이” 라는 이름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역시 석연치 않다.
이를 주장하는 기독단체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Devil” 이라는 단어가 자칫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악마의 승리를 원하는 나라” 로 비춰질 수 있고, 왜 하필 좋은 단어들을 놓아 두고 “악마” 라는 칭호를 사용하게 됐느냐는 지적이다.
영적인 민감함이 낮은 내게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사회적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너무 때가 늦은 것이 아닌가.
왜 우리 기독인들은 “붉은 악마” 에 앞서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할 단체를 만들지 못했을까. 아니,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왜 붉은 악마가 널리 알려지고, 세상 속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된 후에야 뒷 수습에 골몰하는가. 그것도 우리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 개막을 불과 100 일 앞둔 시점에 말이다.
이는 우리의 시기와 방법, 실천운동의 전략이 이미 세상에 비해 한 걸음 뒤쳐져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소식을 전한 각 언론사는, 이번 공청회 보도에 이어 바로 외국인 인터뷰, 시민 인터뷰, 붉은 악마 응원단의 입장을 전하며 붉은 악마를 향한 문제제기를 사실상 ” Unreasonable Issue” 로 취급했다.
오히려 붉은 악마를 통해 상당한 결집력과 축구국가대표를 성원하게 된 국민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반대 급부만을 조성하게 되진 않을지.. 1 년 전 “백의 천사 응원단” 과 “붉은 악마” 간의 충돌과 같이, ‘말도 안되는 논리’로 비춰지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된다.
시내 한 복판에서 큰 확성기로 듣기 힘든 찬송가를 울리며, 적절하지 못한 방법과 논리로 “배타적” 으로만 느껴지는 우리 행동의 일부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나처럼 소극적인 크리스챤이 무슨 용기로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마는, 때로는 세상과 기독교 사이에 일어나는 이런 충돌이 자칫 하나님의 “절대적인 측면” 을 강조하기보다 다른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는 않을까.
선교의 전략과 전도의 깃발을 높이 세우기 위해, 더욱 더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나 자신을 돌아본다. 한 걸음 떨어져 ‘제 목소리를 내는 기독인들’에게 스스로 돌을 던지는 내 모습이 아쉬울 뿐이다. 기도해야지.. 그게 최선의 전략과 방법임을 왜 잊었을까.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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