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이라는 수식어의 의미가 잘 전해 주듯 사실 하나님과 죄악은 같이 공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악한 방법이 앞서 보이고 현실적인 삶이란 어느 정도의 관용과 타협을 전제로 하는 것 같은 실재를 바라볼 때 나의 믿음 또한 흔들리고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작년 대학부 후배들에게 전해 줄 책을 찾다 알게 된 본 서의 제목은 바로 이런 일상의 의문을 그대로 옮겨 적고 있었다. 하박국 선지자의 책을 통해 그러한 물음이 이미 오래 전부터 믿음의 사람들 가운데 계속 전해져 온 것임을 확인하며.
현실을 목도하던 선지자, 하박국
유다 왕국의 마지막 횃불, 요시야 왕이 서거한 뒤 찾아온 현실의 위협은 잃어버린 믿음의 크기 만큼이나 외로운 선지자에게 있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기쁜 소식을 전해도 외면 받던 선지자들의 모습을 미루어 볼 때 ‘바벨론에게 멸망당해 포로가 될 것’ 이라는 슬픔을 알려야 했던 하박국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그의 다급한 상황을 잘 표현하듯 하박국서는 하나님을 향한 선지자의 강력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도대체 악이 득세하는 현실 가운데 하나님의 공의가 바로 서고 선한 사람이 존경받는 세상을 어떻게 이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이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은 애석하게도 ‘멸망’에 대한 재확인이었지만, 결국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긍휼과 약속의 메세지로 귀결된다.
이해할 수 없는 현재
애초에 강력하게 시작된 선지자의 물음은 이에 대한 응답에 대해 두 번째 고민을 전한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잘 믿지 않고 따르지 않았다 하여 그토록 잔인한 이들로 하여금 주의 성 예루살렘을 정복케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왜 꼭 바벨론이어야 하는지 말이다.
하나님은 이에 대해서도 충실한 설명과 비유를 통해 분명 바벨론은 강대하나 그 힘은 종국에 끝날 것이고, 하나님의 의는 오히려 세계의 정복자 바벨론을 통해 ‘물이 바다 덮음같이’ 온 세상에 가득하리라는 놀라운 대답을 전해 주신다. 이후의 선지자 다니엘과 세 친구들이 경험한 믿음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 언약 실현의 좋은 증거가 된다.
이해할 수 없는 현재에 대해 하나님은 현실에 대한 안주보다 그들의 백성이 새로운 환경을 통해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능력과 의를 간구하고 이에 대한 의지함으로 더욱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될 것을 원하고 계셨다. 정복자에게 짓눌릴 현실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선지자에게 하나님이 약속하신 새로운 내일은 현상을 뛰어넘는 믿음과 회복의 가치에 대한 또다른 소명이 된 것이 분명하다.
회복과 부흥의 소식
사실 하박국서 안에는 요즘 믿음의 청년들에게 잘 알려진 찬양의 가사가 된 고백의 말씀들이 많이 담겨있다. 이에 대한 내용 역시 회복과 부흥의 찬양에 주로 사용된 것들이다.
-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2:4)”
- “물이 바다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온세상 가득하리라(2:14)”
- “무화과 나무가 마르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 외양간에 소가 없을 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즐거워하리 난 구원의 하나님을 인해 기뻐하리라(3:17-18)”
- “주 여호와는 나의 힘, 내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로 나의 높은 곳에 다니게 하시리(3:19)”
하나님은 악한 세력으로는 결코 가리워 질 수 없는 공의를 실현하시는 분이다. 믿음으로 현실을 뛰어넘어 먼 미래를 내다보게 된 하박국 선지자는 눈앞에 있는 문제를 붙들고 답답해하는 데서 벗어나 저 높은 곳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바라볼 필요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함께 나눌 구절들
사실 이 책을 찾게 된데에는 제목보다도 말씀에 기초한 강해집으로 폭넓은 이해와 깊이를 더해주는 저자 김서택 목사님 때문이기도 했다. 서울대 공대와 경영대학원이라는 내가 그토록 그리던 학벌에도 그 흔한 말자랑 보다 말씀 연구로 겸손한 목회를 실천하고 계신 믿음의 큰 거울. 목사님을 통해 쉽게 전해진 책 속의 구절 몇 개를 더한다.
- 우리가 말씀을 붙드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우리를 붙듭니다.
- 우리는 자신의 희망사항을 하나님의 뜻으로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희망사항은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반면에,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은 그 말씀을 전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무거운 부담감에 짓눌리게 됩니다. 말씀은 공허한 이론이 아닙니다. 현실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몸부림치는 백성들에게 선포되는 구체적인 말씀입니다.
- 넘어질 때 넘어지더라도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넘어지면 넘어질수록 하나님을 더 바라보는 것이 믿음입니다.
-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힘으로 살려 들면 이상하게 힘이 더 빠지고 결국에는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계획, 복잡한 생각, 자존심 전부 십자가에 못 박고 온 힘을 다해 하나님을 바라보십시오. 그것만이 우리를 살리는 힘이요, 폐허 속에서도 춤추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구원의 선물이기 때문에 결코 구원과 바꾸거나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하나님 안에는 가나안 땅보다 더 큰 풍성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디로 끌려가든지 하나님만 바라보면 능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하박국이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 終 -
![]() | 하나님은 왜 악을 허용하시는가 김서택 지음/홍성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