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모듈, "관리회계" 수업. 안태식 교수님은 회계 분야의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비자와 반야심경, 도덕경 등을 참고도서로 제시하셨다. 우리의 기업을 동양의 고전철학이 제시하는 '연결'된 관점에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한계(본성)과 바른 목표 설정을 통한 '신상필벌'로 해석해 주시는 과정이 놀라웠다. 다음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제출한 마지막 과제.
금요일 EMBA 수업 참석을 위해 사무실을 나서며 도덕경에서 읽은 ‘생색내고 욕심내지 않기’, ‘묵묵히 맡은 일 감당하기’를 떠올린다. 어찌 보면 내 것을 찾겠다고 시작한 공부였는데, 깊이를 더할수록 쉽지 않음을 느끼며 물질적 지원 뿐만 아니라 시간적 배려를 더해준 조직에 고마움을 더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주말, 아내와 함께 처음 이사 올 때보다 좁아진 아이들 방을 정리했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의 공부 책상과 침대를 놓았는데 어느새 빈 자리가 적음을 본다. 쌓여가는 장난감에도 늘 새 것이 필요하다는 작은 아들의 보챔을 들으며, 나 또한 삶의 정리가 필요함을 깨닫게 됐다.
다시 시작된 한 주, 이른 아침 회사 휘트니스에서 땀을 흘리고 샤워를 했다. 나를 깜싸는 따스한 물길을 느끼며 눈을 감고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정신없이 지나 간 하루지만 그래도 밥은 굶지 않는다. 동료들과의 저녁식사.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제는 그 사람의 과오가 아닌 마음을 떠올리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얘기하는 그 사람의 마음도 이해하려 해 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마음의 그릇을 키우고 그 빈 공간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갈 수 있다면, 창 밖의 수많은 아파트들 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큰 여유를 누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내 삶의 주인은 나 자신이고, 회사 조직은 일을 시키고 급여를 주는 관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내는 조직에서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길 기도한다고 했다. “그 때문에 정말 일복이 터진다”고도 불평했지만, 이제는 그 ‘덕분에’ 참된 ‘복’을 누리는 것 같다. 결국 회사 조직과 일의 존재[有]가 나의 휴식과 재충전[無]을 가능하게 하며, 말없이 묵묵히 행동을 통해 조직에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것이 내가 삶의 주인이자 스스로 선택한 것을 지켜낼 수 있는 가치임을 깨닫는다.
버스에서 내려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익숙한 그 목소리에 새로운 힘을 얻고, 특별한 내용이 없는 대화임에도 정겨움은 더했다. 얼굴의 근육과 심장의 박동이 이완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온 길. 지난 5년 남짓 후원해 온 방글라데시 어린 소녀의 최근 사진과 그림이 담긴 편지를 열어보며 떨어져 있어도 우리 모두는 연결된 존재임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조직 내 후배의 전배로 인한 다가오는 업무 조정과, 이번 주말에 찾아올 기말 고사^^를 앞두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평안한 마음으로 방의 불을 끈다. 내일 하루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사람과의 비교 아닌 나를 위한 스스로의 선택으로 조직에 헌신하겠다. 그리고 모르는 사실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계속 배워감으로 내 자신이 삶의 Principal이자 곧 조직의 구성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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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결과와 성적을 받는 과정도 "배움"이라고 하신 교수님 말씀처럼, 평균 40대 중반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세 시간 동안 치열하게 풀어야 했던 기말고사는 그야말로 그간 매 주 몇 시간씩 반복된 숙제 문제 풀이와 수업 내용의 집대성이었다. 그래도 정말 열심히 배웠다. 공돌이 김 차장, 화이팅.. ^-^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