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회사 정문 앞 게이트에 놓인 체온 측정계 앞에 선다. "체온 측정 중입니다" 라는 음성 뒤 약 1~2초의 시간이 흐르면 체온 표시와 함께 초록불이 들어온다.

내 모습

체온계는 비단 체온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빛을 환하게 밝힌 채 조금 부끄러운 내 얼굴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측정되는 체온이 신기했지만, 이제는 얼굴을 가려주는 마스크가 고마울 정도다. 집에서 보고 나온 거울과는 색다른 느낌으로 하루를 맞이 한 자신에게 어색한 인사를 전하곤 한다.

여러 학자들의 말처럼 이제는 더 많은 센서들이 우리 주변에 놓이고,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측정되는 자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체온처럼 평소에는 잊고 지내던 것들도 숫자로 드러나 데이터로 저장되고, 자동차는 나의 운전 습관을 그래프로 나타내고 선호하는 길을 지도 위에 표시해 준다.

보이지 않는 것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보이지 않던 데이터들이 밖으로 나올 수록 안 보이는 것들도 늘어났다.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가 자기 얼굴의 대부분을 마스크로 가렸고, 해외 유명 관광지의 사진 속에는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을 찾기 힘들어졌다.

어떤 이들은 더 많은 데이터 분석이 내일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줄거라 얘기하지만, 이전에 인식하지 못했던 데이터들을 찾아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 곧 우리에게 행복한 미래를 제시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늘 좋아하던 것만 추천받고 원래 다니던 경로에 머무르며 과거에 갇혀 지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새로 배우기

처음 코칭을 받기 시작하며 코치분과 대화하던 중 "마음 알아채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그 첫 단계로 이번 한 주는 감정 노트를 펼쳐 일상 속에서 일어난 작은 일들과 그 때 내 안에 들었던 감정 단어를 기록하는 중인데, 엑셀 데이터 분석에 익숙해진 내가 정작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는데 이렇게 서투를 줄 미처 몰랐다.

더 많은 데이터들이 드러나고 분석될수록 측정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다시 체온계 앞에 서며 카메라에 비친 내게 물었다. 몸이 아닌 내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

구체적인 숫자가 아니어도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일상 속에 나는 얼마나 열정을 갖고 있고,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배려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내 "가까이 와주세요"라고 말한 체온계 친구는 내 얼굴을 한 번 밝게 비추고는 말했다. "정상입니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