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 2 월 9 일 (토) 늦은 일기 - 조금씩 쌀쌀해 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침 내내 특별한 일도 없으면서 인터넷을 뒤적였다. 성가대 연습을 하러 지하철을 타고 있는 동안에는 가방에서 꺼낸 A4 이면지에 연속해서 이런 저런 그림을 그려보았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기본 작업이다.

1 월 중에 개편하려던 내 홈페이지에 대한 수정안을 스스로 정하고 다시 스스로 백지화했다. ( 준비 중이었던 새로운 홈페이지는 다음 주소에서 볼 수 있다. http://kyj.pe.kr/1/ => 현재 보고 계신 이 모습입니다. 해당 링크는 삭제했습니다.^^  ) 제작 중에 잠시 Navigation Bar 에 대한 문제가 생겼는데, 처음 생긴 문제를 계속 곱씹어 보다 보니, 아예 “다시 만들자” 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쉽지만.. 앞선 웹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접하며 내 홈페이지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다시 고민하게 됐다.

사실 이전까지 작업한 분량도 적지 않았다. 새로운 홈페이지의 기본 디자인과 세부 항목, 버튼과 아이콘 그래픽은 이미 다 만들어져 있었고, 몇 개의 글과 내용만 더하면 됐던 상황. 난 그것을 과감히 던져버렸다. 기껏 완성된 도자기를 망치로 부수어야 하는 심정이랄까.

‘처음에 너무 성급했어.’
‘괜한 조바심 부리면서, 결국 필요했던 것을 놓쳤잖아.’
‘욕심 아냐? 솔직히 이보다 더 나은 생각을 하리라는 보장도 없잖아.’
‘다시 해봐, 이번에는 잘 될 거야. 암암..’

내 안에 드는 여러 생각들.. 어느 홈페이지 경진대회에 내보낼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도 아닌데.. 난 솔직히 하루가 지난 지금도 계속 그 고민에 휩싸여 있다. 늦어도 2 월 중에는 마무리를 해야 개강 후에도 여유롭게 내 홈페이지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늦은 밤이지만, 이면지 뒷편에 애궃은 색연필을 굴려가며 요것 조것을 그려보고 있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어떻게 하면 더 나을까.. 이 색깔이 좋을까… 내 고민과 욕심에는 끝이 없다.

문득 이런 고민 속에 있는 날 바라보실 하나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종종 내 닫힌 마음은 위로 부터 오는 은혜에 대한 감사의 피드백을 게을리함에도, 하나님은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내게 전해주실 응답을 준비하고 계시리라..

이 믿음은 내게 늘 큰 힘이 된다. 홈페이지의 새로운 모습을 공개하지도 못했고 다시 흰 종이를 꺼내들었지만, 그래도 기쁘게 일을 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늦어도 약속은 꼭 지킨다. 제 때 지키지 못한 미안함과 함께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부족한 홈페이지에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으로 따뜻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만 있다면.. 오늘 밤을 지새워도 좋다. ^^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