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늘 내 마음 한 켠에 놓인 무거운 부분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우리 가정의 믿음의 조상인 할머니께서 세월의 무게 속에 약해져 가시는 것을 바라보는 일이다.

할머니의 믿음과 소망

언젠가 몸이 갑자기 아파 거실 쇼파에 몸을 뉘었을 때 할머니께서 달려와 내 손을 잡고 큰 소리로 기도해 주신 적이 있었다. 사실 그렇게 중대한 병 기운도 아니었음에 이러한 할머니의 나를 위한 행동은 늘 잊지 않고 떠올리는 소중한 기억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늘 할머니 방에서는 이른 아침과 본인이 잠드시기 전 조용한 기도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할머니의 육신의 건강에는 아직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신다. 올 해 우리나이로 여든일곱. 아흔을 눈 앞에 두신 지금에도 손자들이 집 안일을 돌보느라 자기 일을 행여 못할까봐 모든 것에 “노파심”. 그 자체이다. 할머니의 소망은 바로 이러한 “섬김” 에 있다. 늘 본인이 해 줄 것이 없는지를 물어오시며, 그 따뜻한 손길로 등을 두드려 주시는 할머니의 말씀에는 가족들을 향한 소망이 담겨 있다.

속상한 일

요즘 들어 부쩍 할머니께서 물어오시는 질문이 잦아졌다. 식사 여부에 대한 일상적인 질문에 더해 오늘이 몇 일이고 무슨 요일인지, 어제 누가 다녀가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할머니 머리 속의 지우개는 점점 바빠지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늘 무엇인가를 잊지 않으시기 위해 남기시는 기록 속에는 이런 글이 있다.

언젠가 형과 함께 Costco 에서 구입한 가구와 방 청소용 미국 물티슈가 있었는데, 몇 번 용도를 설명해 드렸음에도 계속 그것이 궁금하셨던가 보다.

“용범 용진아, 이거 뭐하는 거니? 영어가 돼서 나는 모르겠는데 언제부터 있는데 우리집에 필요없는 것이면 필요하신 분들에게 갖다 드리렴”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식탁 위에 놓인 물티슈 통과 할머니의 쪽지 한 장. 내 표정은 어이없는 웃음이었는데, 분명 눈가에는 무엇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항상 기쁨이 되어 드리지 못함에..

자주 잊어버리시는 일로 때로는 형과 나의 호의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려운 일로 남겨지는 때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종종 할머니께서 베풀어 주시고자 하는 호의가 더 이상 형과 내게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닌’ 때도 있고..

오늘은 조용히 할머니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할머니께서 일상을 쉽게 잊으실 수록 더욱 자주 할머니께 기쁨이 되어 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해오실 수록 더욱 재밌게 알려드리는 방법은 없을까, 무슨 일을 하실 때 ‘제가 할게요’ 라는 표현을 보다 즐겁게 전할 수는 없을까..

그렇게 즐겁게 해 드리면 혹시 조금 더 그 일에 대해 오래도록 기억하실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다시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되뇌임이지만, 할머니를 위한 개그를 준비하는 속마음의 다짐에는 변함이 없다.

IT’s Your Joy.

곧 이 공간에 나눔의 기록을 더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번 주 손에 잡은 책은 2050 경제수명에 관한 책이다. 긴 인생을 준비하라는 내용의 책 속에는 Personal Brand 의 준비로 짧고 간략한 문장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비전을 제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이 글귀를 읽고 문득 생각한 것이 내 이름의 이니셜 YJ 를 우리 집에서 키웠던 강아지 JOY 의 이름으로 엮어 보는 것. Your Joy.. 세상을 섬기는 자세로 만나는 분들에게 기쁨이 되는 것은 어떨까 싶었다.

가장 좋은 훈련 장소를 찾았다. 바로 지금 내가 앉은 이 곳. 이제부터 할머니께 확실한 기쁨을 언제나 드려야 한다. 할머니의 기쁨이 될 용진군, 화이팅.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 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