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 9 월 10 일 (화) 오후 - 하늘은 역시 뿌옇지만, 그런대로 좋은 날.

조금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경석이와 민석이와 마주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 요즘 내 홈페이지를 들어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사랑” 에 대한 주제. 엄밀히 말하면 늘 우리 입에 회자되는 “사랑” 은 그 사랑이 아닌 “관계” 에 대한 주제일 때가 많다.

난 요즘 고민 중인 내 관계의 문제에 있어 마음을 열고, 내게 가장 가까운 이들 중 하나인 그들의 조언을 들었다. 흔쾌히 이러한 조언을 듣고 역시 마음을 열어 본인들의 경험을 숨김없이 이야기 해 준 참된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먼저 전한다.

내가 아끼는 앨범 중 하나인 “여행스케치(3집), 세 가지 소원” 은 다음과 같은 멘트로 시작한다.

“사람이 어떤 나이가 되면, 식구들 이외의 다른 누군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사실 난 그동안 이러한 필요성에 대해 애써 회피하려 하거나, 내 일상의 한 부분에 선을 긋고 다른 사람의 이에 대한 접근을 막아놓고 있었다. 관계에 대한 이해와 정립이 모호했기에 사실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요즘에 들어서야 비로소, 마음을 열고 내 안의 고민을 친구들에게 꺼내고,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에 대한 생각의 기울기를 키워가고 있는 셈이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에는 이런 저런 실수와 고민이 있게 마련이니, 사실 생각없이 바뀐 일상의 기울기는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하는 버거움을 내게 전해주고 있다.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내 고민의 실마리를 짧게 나마 전하면, 서로 다른 일상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의 일상을 공유하려 할 때 생기는 어색함과 아쉬움의 문제이다. 그곳에 남자와 여자라는 성격적이고 생물학적인 차이까지 얹혔으니, 이성 교제를 시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이러한 고민의 상황들을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아무튼 이러한 내 문제에 대해 진솔한 두 친구는, 지속적으로 만나며 깊은 대화를 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할 것을 전해주었다. 물론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함께. (사실 그들에게 전한 내 문제는 상당히 구체적인 것이었고, 그들 또한 나와 같은 문제는 어떠한 남녀사이에도 생길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관계 속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부분들을 조언해 주었다. 하지만, 이 작은 내 일기장 속에 이런 이야기는 아껴두려 한다.)

“따로, 또 같이”

서로 떨어져 생활하는 두 지체가 하나로 연합하게 되는 데에는 어려 문제가 생길게 자명하다. 오히려 문제가 전혀 없다면, 그것이 이상할 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여 이 관계를 신실한 믿음과 함께 이어가느냐, 아니면 결국 지쳐 잡은 손을 놓아버리느냐의 문제이다.

따로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을 생각한다는 건 힘든 일이지만, 오늘은 일찍 끝난 수업에도 조용히 집으로 향할 것을 스스로에게 명령했다. 수업이 있는 친구들을 보내며 되돌아서자,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민석이가 한 마디 거든다.

“그냥 집으로 가야한다, 괜한 고민 때문에 또 다른 데로 가지 말고.”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