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 8 월 8 일 (목) 저녁 - 복잡한 날씨, 복잡한 일상, 복잡한 마음

내 친구 중 하나는, 만나는 여성들 모두에게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다. 마음 씀씀이가 어찌나 좋은지, 그의 다이어리는 매 번 다른 여성들로 채워져 있고, 모임에 참석한 여러 사람들 중에서도 그는 늘 중심에 서길 원한다.

늘 “그냥” 친구일 뿐, “그냥” 후배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 친구의 말 속에는 왠지모르게 자신 스스로 “즐기고 있는” 듯한 뉘앙스가 깔려 있다. 깨어짐, 존재하지 않는 이별을 위해 그 친구의 이성 관계에 있어 “시작” 이란 없다.

난 사실 그 친구의 그런 “점” 이 싫다. 무척 싫다. 어색하다 못해 때로는 짜증도 나고, 괜히 내가 손해본 일이 없음에도 울화가 치밀 때도 있다.

“어제 밤 샜어.”
“왜..?”
“후배가 전화해서 자기 남자 친구하고 다툰 일을 이야기 하는데, 상담해주느라고.”
“(자슥.. 바쁘기도 하겠다.. 쯧쯧..)”

사실 “남자로서” 이야기하지만, 많은 남자들은 여자의 “친구” 로서 남길 원한다. 왜냐하면 남자의 두뇌는 보기보다 둔하고, 쉽게 싫증을 내는데 익숙해져 있어 늘 “새 것” 을 찾기 때문이다. 새로운 자동차가 나오면 먼저 눈길을 돌리고, 더 좋은 성능의 전자제품에 바로 시선이 집중된다. 애석하게도, 남자들의 이성인 “여자” 는, 그런 “물건”이 아닌데도 말이다.

…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만인의 연인” 이라면 그것만큼 이겨내기 힘든 일도 없을 것 같다. 세상에.. 이 사람도 좋은 후배고, 저 사람도 좋은 친구이며, 저 분은 그저 함께 있길 원하는 오빠일 뿐인데.. 어떻게 간섭하고 쉽게 실망할 수 있으랴.

하지만 그래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더 이상 “남녀간의 우정” 이라는 말도 안되는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하기에는 거부감이 앞선다. 한 사람만 온전히 사랑하기도 힘든 세상. 만인의 연인들이여, 한 사람의 연인이 되자. 늘 “마음(만은) 너에게 있다” 고 하지 말고.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