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년 12 월 7 일 주일  밤 - 무척 쌀쌀하다, 영하 5 도 라나..?

늘 그렇듯 성경공부를 마치고 조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모처럼 다들 바쁘지 않은 모양인지, 함께 공부한 인원 8 명 모두가 자리를 같이 했다.

“오빠는 돈 벌면 좋으시겠어요.”
“그렇지도 않아.. (월급쟁이에게 무슨 돈이람.. 쩝..)”

사실 정신없이 보내는 하루하루지만, 그래도 매 달 몇 일이 되면 통장 속에 얼만큼의 돈이 쌓이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뭐 그다지 회사에 이득되는 일을 하지도 못하고, 우선 순위와 일 처리 능력 부족으로 헐떡 거리고 있을 때인데도 ‘그에 대한 댓가’ 를 받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추운 바깥 날씨를 뒤로 하고 집에 들어와 보니.. 아뿔싸.. 나는 집을 혼자 지키는 강아지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근래 들어 부모님이 주일 저녁 예배를 잊지 않고 들으시고, 여자 친구가 없다며 ‘소개팅’ 운운하는 우리 형도 요즘 늘 바쁘다.

TV를 켜고, 가만.. 딴 생각에 잠겨 있는데,

‘아차.. 양복 위에 입을 코트를 사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백화점 세일이 오늘까지였다는 말도 들었고..

‘에라, 모르겠다.. 담에 집 앞에서 사면 되지 뭐..’

그렇게 총각 말단 사원의 첫 겨울 나기가 진행되는 줄 알았건만.. 이내 울리는 전화 벨 소리. 곧 우리 가족은 내 회사가 위치한 분당 삼성플라자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야.. 이렇게 돈 쓸 기회(?)가 찾아 오다니.

모처럼 만의 쇼핑. 가족 나들이 겸, 오랜만의 여유로운 주일 저녁을 만끽하기 위해 네 식구가 열심히 신사복 매장을 기웃거렸다. 오늘의 주제는 “코트”. 그것도 형 것과 내 것을 합쳐 두 벌이니, 가히 금액 수준이 상당하고..

예전 가족 쇼핑과 차이가 있다면 이제는 형과 내 지갑에서 자비량 지출이 이뤄진다는 점. 백화점 문 닫을 시간이 다되어 미처 부모님의 것을 아무 것도 보지 못했음이 못내 아쉬웠다.

캐시미어가 들어간 그럴싸 해보이는 7부 코트를 한 벌 샀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다 ‘그 디자인이 그 디자인’ 인데, 그래도 어머니의 세심한 눈길에 의존하여 재봉선의 모양과 ‘같은 캐시미어라도 다르다’는, 믿기 힘든 점원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며 엄선했다.

손으로 재봉한 무늬, 스티치가 들어간 캐시미어 코트. 한 10년은 입어야 본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으로 “나를 위한 겨울 쇼핑”은 끝내야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회사 앞이라며 가족들에게 저녁 식사 대접까지.

10년은 입고, 1달은 굶어야 되겠다. 아흐~~
역시, 물질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다.

그래도 올 겨울은 따뜻하게 보내겠군..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