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 3 월 21 일 (목) 늦은 밤 - 황사.. 노란 안개.. 답답한 호흡.. 피할 수 없었던..
갸우뚱… 안개인지.. 어제 내리지 못한 비인지.. 거실 창문으로 바라본 날씨는 아침부터 내게 근심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나서자 마자 입 안에 느껴지는 모래알은 무척 반갑지 않은 불청객임에 틀림없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세워진 차들에도 어젯 밤 내린 비는 “흙 비” 였음이 증명되고 있었다. 비를 맞았으면 깨끗해졌어야 할 차들이 온통 흙투성이다. 이런이런..
마스크를 하나 구입하고 싶었지만, 이미 의약분업 이후 동네 약국이 병원 근처로 옮겨간터라, 난 지하철 역까지 내 두 손을 마스크 삼아 입을 가리는 수 밖에 없었다.. 쩝..
하루 수업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던 때.. 사실 오늘은 정준이와 지나간 옛 영화 (하지만 나는 아직 보지 못했던) “물랑루즈” 를 보려고 했었는데.. 평균 하루에 한 번 울리는 내 핸드폰이 울었다(!).
“오빠, 지금 어디 계세요..?” 라는 조심 스러운 목소리에 이어져,
“(굵고 낮은 소리) 용진 형제, 제가 누군지 알겠어요?” 라는 이야기까지..
오잉?? 지휘자 선생님과 순천이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우리 학교 앞에 있다고, 나오란다. 히.. 좋은 일이긴 했지만, 내심 정준이에게 미안함도 들었고.. 정준이를 불러서 이 모임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엔 내가..
“정준아, 지금 어디에 있어..?” 라는 조심스러운 질문.
“응, 나 삼성역.. 실은.. 그냥.. 먼저 왔어..” 뜻밖에 당황한 듯한 정준이 목소리.
호곡.. 이론이론.. 이렇게 미안할 수가. 난 정준이에게 상황 설명을 한뒤, 이 곳에 올 것을 권했다.
“아냐, 용진.. 몸이.. 안좋아.. 다음에 갈께.. 미안해..”
아.. 우리 친구 정준이는 내게 이렇게 미안해 하는구나.. 오히려 내가 미안한 상황인데..
“근데, 용진.. 혹시.. 그 영화.. 내가 볼 수도 있는거야..?”
헉.. 우리 친구 정준이는 여자친구와 함께 코엑스에 있었고.. 난 형이 오늘 아침 건네준 “이벤트 영화표” 를 고스란히 이 커플에게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건.. 아니었는데.. —+
“응.. 그냥.. 메가박스 가서.. 어쩌구.. 저쩌구..”
“응~ 용진~ 내가 꼬옥~ 보고 싶던 영화였어!! 야호~!”
몸이 안좋다던 정준이는, 3 분만에 원기를 회복한 듯 싶었다.. 쩝.. 덕분에(?) 난 오랜만에 지휘자 선생님과 순천이, 그리고 오늘 처음 만난 28기 희준이와 함께 학교 앞을 누볐다.
몇 번 갔았던 고급 카페에서 커피 2 잔을 비우고, 이어서 조금 떨어진 고기집에서 맛있는 고기도 구워먹고.. 잠시 바쁜 일상에서 여유를 찾은 순천이의 기분을 “UP” 시켜주기 위해 선생님과 작전도 구상하고.. 새로 만난 희준이에게서 학교 이야기도 듣고..
아침에는 형이 건네준 이벤트 영화표 2 장 번개.
등교길에는 가장 심하게 겪은 황사 현상 번개.
하교길에는 늘 함께 하고 싶었던 이들과의 번개.
집에서는~ 어머니께서 준비해 주신 과일, “딸기” 번개.
번개, 참 조타~! ^o^
뜻 밖의 선물을 가득 준비해 놓으셨던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오늘 함께 한 모든 사람들에게 주님의 향기가 가득하길 소망한다. 늘 고마운 사람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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