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비행기를 좋아한다. 장거리 출장은 꽤 오랜만인데, 물론 승혜와 함께 갔던 스위스 여행도 좋았지만 역시 비행기 여행의 진국은 혼자만의 몰입이다.
어두운 실내
오래된 747기에도 한 자리만을 밝혀주는 독서등은 또 하나의 기쁨. 저녁이 되고, 밤 늦게서야 깨어나는 내 우뇌의 습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도착지의 시차를 비행기 안에서 맞춰가는 일이 내게는 준비 이상의 즐거움이다.
책을 읽어도, 잠깐 선잠이 들어도, 게다가 영화도 보고 음료도 말만 하면 갖다주시니 이보다 더 뛰어난 문화공간이 있을까. 외항기를 탈 때면 느껴지는 적당한 거리감도 좋다. 한 때는 한 손 가득 신문을 집어서 기내에서도 뉴스를 보는 일에 신경이 쓰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정지된 시간"을 느끼는 기분이다.
화창한 창밖
특별히 서쪽으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정지된 시간을 누릴 때 즈음, 어느새 거울에 충혈된 눈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가 시작이다. 도착하고 나서 다시 또 여러 시간을 버텨야 하지만, 그 이후 호텔 침대에 누워 쏟아지는 잠을 맞이하는 기분이란.! 아직 그보다 시차적응을 잘 하는 방법을 난 찾지 못했다.
오랜만에 비행기 안에서 청승을 떨고 있노라니, 역시 출장은 "일 때문에 간다", "공짜는 없다"란 평범한 사실도 다시 생각났다.
결혼 이후 모처럼 제대로 집을 비우게 됐으니 마눌님께도 죄송하고.. 앞으로 3주 가까운 시간이 내게는 어떤 전기가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열심히 돌아다녀야지. 내가 파는 것과 하는 말이 아무리 많아도, 전할 것은 사랑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중요한!) 덧붙임
드디어(!) 생전 처음으로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좌석 승급을 받았다.!! 모닝캄 카운터에서 뭔가 앞 승객 분에게 생긴 분쟁을 한참 동안 기다렸는데, 조용히 책을 읽고 한 10여 분 기다렸더니 인상 좋은 흑인 아저씨께서 미안하다며 '비상구 자리'를 요청하는 내게 '기내 2층 비지니스 클래스의 비상구 자리'를 주신 것이당.!
신입사원 시절 홍콩 출장에서 돌아오며 팀장님 덕분에 함께 Check-in 하며 받은 비지니스 클래스. 이제서야 내 이름으로(!) 한 번 올라봤다. 살짝.. 기념 촬영.. (빈 자리지만 ㅋ)
난 정말 비행기가 좋당 ^-^!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