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년 5 월 14 일 (월) 늦은 오후 - 드디어.. 사무실 에어컨 가동..!!

화창한 날씨는 이내 기온을 올려 놓았고, 아직 준비되지 못한 여름을 맞이하게 했다. 부대 안의 옷차림은 이제 모두 짧은 소매와 바지로 바뀌었고, 한국의 화창한 날씨가 부러운 몇몇 미군들은 색 있는 안경까지 쓰고 다닌다.

어제 문득 “사랑의 쿠폰” 이라는, 우리 교회 대학부에서 진행 중인 새 벗님 환영 행사 중 하나를 냉정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사실 사랑의 쿠폰을 뽑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새로운 벗님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의 표시를 전한다는 의미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나 스스로도 “누가 뽑힐지” 에 대한 관심이 앞서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랑의 쿠폰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보다 재밌고 특색있는 선물(?)을 적어 넣으려 애쓰고, 또 새 벗님이 나와 그동안 신청된 사랑의 쿠폰을 뽑는 Event 는 어느덧 대학부 안에 기다려지는 시간으로까지 자리잡았다. 그런데…

나도 사랑의 쿠폰 주인공으로 3 번 뽑혔지만, 솔직히 아직 만나 본 새 벗님은 全無 하며, 설사 연락을 한 새 벗님이더라도 이내 어색함에 인사만 나눈 뒤 전화를 끊어버려야 했었다.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준비된 만남은, 이내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거나, 오히려 다른 이를 멀리 떠나게 하듯.. 나 또한 막연한 책임감에 그저 약속한 것을 해줘야겠다는 심사로 다가섰던 것이었다.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Event 나 Show 가 아니다. 그러한 사랑의 고백 뒤에 남겨진 것은 막연한 공허함 뿐. 책임지지 못할 사랑은 시작하는 것부터가 거짓이고, 오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스승의 날. 오랜만에 찾아온 내 생활의 여유로움과 함께 찾아뵐 분들이 있다. 몇 년 만에 다시 찾는 것인지는 몰라도, 난 이러한 감사함과 사랑의 표현이 Show 나 Event 가 되지 않길 소망한다. 이미 난 그 분들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았기에, 나 또한 그런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