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Frankfurt로 향하는 비행기 안. 인천 공항의 상쾌한 유리 벽 밖으로 보이는 비행기 동체 위의 흰 색 박스가 뭔가 했는데, 그동안 경험했던 기내 오락물의 최전선을 달리는 도구였다니.
처음에는 책과 경제신문으로 그런대로 잘 지켰는데, 결국 얼굴 바로 앞에 놓인 화면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니 골프를 9 오버파로 Cut off 당한 뒤 돌려본 영화 메뉴에는 의외로 최신영화가 많았다.
소설 속의 그녀, 영화 속의 그녀
책 속에서 만난 에이미의 모습은 영화 속의 그것에서 더욱 아름답게 묘사됐다. 맨하튼 發 ‘삼순이’를 예상했던 것은 큰 오산. 이야기 중반에 나타난 그녀의 변신은 적어도 영화 속에서 ‘스타일의 그것’이었을 뿐, 모습은 처음부터 아름다웠다.
분명 유쾌함을 주는 밝은 영화다. 주변 사람들 역시 헤드폰을 켜고 있겠다는 생각에 몇 번의 웃음을 터트렸는데, ‘이 비행기는 같은 영화를 동시에 보는 시스템이 아니다..’란 생각.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얼굴에 가득 핀 미소가 답답한 기내의 여유를 더해줬다.
선택
업무 중에 발생한 경우의 수에 대해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말하는 주인공. 분명 그녀의 일에 대한 집중과 헌신적인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몇 번이고 포기하려 했던 그녀를 일으켜 세운 건 ‘누구나 원하는 자리’, ‘개인 일상의 희생은 결국 업무의 성공을 의미한다’는 유혹.
결국 그녀는 악마에게까지 인정받을 정도로 성공했다. 적어도 치열한 경쟁과 정치가 난무하며 ‘필요악인 선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그녀는 많은 것을 희생했고 또한 그 만큼 많은 실력을 더했다.
삶의 가치를 돌아보기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선택은 무엇일까. 일과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여성들의 얘기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되는 세상사. 빠른 변화 속에 놓인 세상은 우리에게 늘 많은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무엇을 택할 것인지는 결국 자기 몫.
참, 영화 속 맨하탄의 분주한 거리 풍경은 뉴욕을 다시 보고 싶게 한다. 잠시 등장한 파리의 야경도 충분한 아름다움을 전해줬다. 그래도 무엇보다 이국적인 건 높은 사람에게 한 손으로 물건을 건네고 자기 주장을 펼치는 에이미의 당당함. 그리고 남성이 바라는 여성에 대한 구속은 하루 빨리 깨뜨려야 할 희망 조건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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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