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가족 앨범을 만들 사진들을 고르다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요즘 미디어 세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추천 알고리즘이 올 해의 앨범에 담길 몇 개의 사진을 선택했을 때 작동한다면 어떨까? 학습된 알고리즘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같은 인물들이 비슷한 색감의 배경에서 잡힌 사진들을 계속해서 보여줄 것이다.
Self Centered
이러한 사진들을 슬프게도 자기 중심적인 결과물을 끄집어 내고, 처음에는 나의 관심으로 시작된 것 같아도 이내 선한 호기심을 익숙한 것들로 채워 버린다. 곧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낼 수 있다기 보다 선택을 쉽게 하는, 그냥 그런 사진들이 앨범에 채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리즘을 빠져 나가 다시 새롭게 처음부터 전체 사진들을 조망하면 또 다른 관심들을 찾을 수 있다. 망가진 표정이지만 올 해의 추억으로 반드시 담아야 할 사진들, 인물은 없지만 그 배경만으로 우리가 어디에 있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리게 하는 진정한 추억들 말이다.
Be Creative
놀랍게도 창조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의 편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인터넷 상을 떠도는 수많은 미디어들은 이제 사용자 별로 좋아할 만한 결과물을 알아서 이어 보여준다. 인터넷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도구였지만, 이제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문제는 이제 알고리즘을 만든 사람들이 아니라 그 알고리즘이 웃프게도 사람들을 가르친다는데 있다. 내가 좋아한 것을 알아챈 서비스는 그것에 기반해 자기가 배운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다른 것 같지만 유사한 것들을 전달하고, 그것은 우리 안에서 증폭된다.
Exponential
기하급수적인 세상 안에서 한 때는 무엇인가를 먼저 찾는 Early Bird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었다면 이제는 누군가 더 크게 움직이는 사람이 더 큰 흐름에 올라 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조금 늦어도 더 크게 들어가면 x 축을 연장할 수 있고, 정보 기술의 발달로 빨라진 x 축은 단기간에 y 값을 팽창 시키고 나름 성과로 보이는 결과물을 내 놓기 때문이다.
다만 이로 인해 우리 본질에 잠재된 창조력과 서로 다른 다양성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z 축의 폭이 좁아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끼리끼리 모인 SNS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기 어려워 하는 모습을 만들었고 보다 익숙하게 다가왔던 미디어들은 자극의 강도를 높여야 새로운 관심을 끌 수 있는 상황이 됐다.
Creative & Diverse
내가 구글, MS, 아마존의 CEO라면 1년 중 하루는 전체 서비스 문을 닫아 보고 싶다. 물론 알지 못한 Black Swan이 부메랑으로 찾아와 적지 않은 사업 손실을 안겨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긴 암전의 여백 가운데 새로운 발견이 더해지고 다시 조명을 켰을 때 이전에 몰랐던 것들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타석에 들어선 타자도 잠시 다른 곳을 본 뒤 그곳에 다시 들어서면, 투수의 공이 더 잘 보인다고 한다. 혹시 지금 우리가 빠져 있어 매몰된 관심이 있다면 오늘은 그것을 접고 고개를 들어보자. 익숙하지 않은 불편이 새로운 창조를 만들고 다소 답답해도 그 안에서 비로소 주님과 내 안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