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밤 늦게 TV를 시청하다 ‘무릎팍 도사’에 엄홍길 대장이 출연한 것을 보게 됐다. 진행자들의 경박한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로 8,000m 이상의 모든 산 정상을 밟은 그에게는 선한 미소와 겸손함이 가득 베어 있었다.

무능력해진다?

사실 나는 나보다 어리숙한 어른분들을 도울 생각보다 답답하게 생각했던 적이 많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도 그런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제 겨우 서른을 갓 넘긴 지금 그 모습을 다시 돌이켜 보면 자칫 무능력해 보일 수 있는 어른들의 그것은 사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친 바른 정신의 반영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바뀔 수 없는 다른 사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서로가 갖고 있는 모습에 대해 알고 이해하게 되면 서로 안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각자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다. 단단한 무엇에 막혀 외부의 충고로는 도저히 변할 수 없는 그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맞춰가는 지혜를 터득한다는 것 같다. 적어도 나를 평가하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임을 인정하다면, 나와 생각과 모습이 다르더라도 이를 조화롭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지혜가 더해질 수 있겠지..

Old Boys

언젠가 함께 모인 한 단체의 OB 행사. Old Boys 라는 약어 답게 다시 모인 분들은 지긋한 나이에도 변함없이 서로 다른 개성이 하나의 뜻을 향해 모였던 순간을 추억하며 어린 소년들처럼 행복해 했다. “산을 정복했다”는 질문에 펄쩍 뛰며 ‘잠시 빌린 것일 뿐’이란 말로 고쳐 대답한 엄홍길 대장의 지혜. 아직도 “잘남”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충만한 내 모습은 언제 쯤 “겸손”에 대한 그것으로 바뀔 수 있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 피할 수 없는 나이듦에 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한 때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