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년 5월 14일 밤 - 이상하게.. 아직 덥진 않은데..

오랜만에 밖에서 우연히 다섯 사람을 만났다. 우연히 걸은 전화에 마침 용산에 일이 있어 와야 한다는 윤준이, 그리고 전자 상가에서 만난 열심히 일하던 도경이, 이어서 그 옆에서 일보던 은상이, 잠시 후 은상이와 만나러 나온 기영이, 마지막으로 우리 넷이 모여 피자를 먹던 장소 앞을 지나가던 경준이 형까지.

우연이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약속된 만남이었던 것 같은..
좋은 사람들 다섯과 함께 한 저녁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은 이와 너무도 달랐다. 아침 식사는 일찍부터 포기해야 했고, 점심 식사야 그런데로 했지만, 저녁에 혼자 돌아온 부대에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다지 낯선 일도 아니었지만.. 난 어제의 특별 저녁 식사를 나름대로 계획해 실행에 옮겼고 이내 부대 앞 작은 슈퍼에서 햇반, 고추참치, 우유 1000 ml, 그리고 “무파마” 라면을 구입했다.

마치 유학생이 된 듯한 기분.. 언젠가 유학을 떠난 친구가 “햇반” 을 잔뜩 보내달라는 말에 의아해 했던 나였다. 이제는 그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분명히 미국 쌀, CALROSE Rice 와는 전혀 다른, 포장지 위에 적힌 그대로, 햇반은 “어머니가 해 주신 밥” 이었다. (이거 정말 눈물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지금 곧 밥이 없을 때, 가까운 편의점에서 ‘햇반’을 먹어보자..)

이어서 고추참치. 난 어렸을 때 도시락 반찬으로 고추참치 하나를 가져와 자랑하는 친구를 개인적으로 싫어했다. (고추참치를 가져와서 싫어했던게 아니라, 원래 그 친구가 싫었던 기억이있다. 왜 그랬었지..? 사라진 기억.. 암튼..) 특히 그 친구는 고추참치 하나와 다른 친구들의 우수한 반찬(?)을 교환하곤 했는데, 내 생각에 그것은 분명 손해보는 거래였다. 하지만.. 햇반에 얹어진 고추참치.. 이 또한 감동의 도가니..

마지막으로 “무파마”. 오늘 일기의 주제다. (^^)

혹시 이 라면의 TV 선전을 기억하는지.. “맛있는 청혼” 드라마의 한 장면을 흉내 낸 이 라면의 가격은, 광고비가 붙어서 그런지 700 원.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다. (참고로, 같은 값이면 안성탕면 2 개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안성탕면 2 배의 기쁨이 있다.

우선 일반 라면과 확연히 다른, 숭숭 썰어넣은 양념 - 무, 파, 마늘 등 - 이 압권이다. 이는 화학 조미료를 사용한 라면이 틀림없음에도, 왠지 국물을 우려낸 듯한 환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라면을 다 끓인 후에 넣는 “다대기 스프”. 이 또한 미군 부대에서 오랫동안 지낸 내게는 반가움을 뛰어넘는 놀라움이었다.

쫄깃한 면발은 경쟁 제품인 수타면의 그것을 의식해서인지, 기존 대표라면인 신라면의 그것보다 한결 통통하고 쫄깃해졌다. 좀 시간이 지나도 잘 불지 않는 면발 또한 한국 라면 기술의 발전을 눈 앞에서 보는 것 같은 뿌듯함까지..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무파마”의 감동은 국물..!! 앞서 소개한 “햇반”과 어울리면 이건 거의..(여기서 말 아낀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지나친 나의 수식어는 오히려 요란한 장식만이 될 뿐.. T.T )

아..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과 피자를 먹은 오늘 저녁도 난 왜 이리 “우리 음식” 생각이 간절한 걸까.. (내가 돈을 내서일까..? -.- )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