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교회 행사에 필요해요, 제발 차 한 번만 빌려주세요..” 부끄럽지만 솔직히 내 대학시절을 고백하면 이와 같았다. 지갑 안에 넣어둔 운전면허를 썩히기 싫다는 핑계로,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의지로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교회 행사를 가면서도 ‘어떻게 하면 운전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슬슬 요령을 피기도 하고, 외부 약속을 앞둔 가운데서도 버스 노선 검색을 하고 있으니.. 암만해도 운전에 대한 사랑은 금방 꺼져 버릴 열정에 지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L字” 붙은 고급차의 차이
Mercedes SE’L’, BMW 745i’L’, Chairman 600’L’ 등 Limousine, Luxury 를 의미하는 ‘L’ 이 붙은 차량들이 요즘 우리 주변에 눈에 띄게 늘어났다. 엔진 배기량 숫자 뒤에 붙은 L 이니셜의 상징은 차체의 Frame 설계가 운전자가 아닌 뒷좌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차들은 진동과 소음 방지, 안전 기술이 모두 뒷 자리를 중심으로 반영됐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편의 사양 역시 운전자가 아닌 승객 중심이다. 물론 다이나믹한 운전을 좋아해서 차를 모는 이들을 위한 차들도 많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이상의 시점에서는 사람들이 가능한 “편한 것”을 찾게 되는 모양이다.
운전하는 사람들이 줄었으면..
언젠가 교통방송에 나온 한 출연자가, “강남은 강북보다 길도 훨씬 넓고, 쭉쭉 뻗어있어 참 좋다.” 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적이 있다. 강남에서 태어나 자라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런 좋은 길”이 하루 종일 차들로 꽉 막혀 있어 결코 “좋은 동네”가 될 수 없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행여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더 큰 차를 타야 한다면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무모한 경쟁을 계속할 수 있을까.? 나 또한 본의 아니게 회사 업무를 위해 SM5 를 운전하지만, 밀리는 길 한 가운데에서 혼자 열 명이 걸어갈 장소를 매연을 뿜으며 차지하고 있는 모습은 분명 ‘필요이상’인 듯 싶다.
자동차를 지극히 좋아했던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나는 학교를 통학하며 기사 딸린 배기량 4,600 cc 짜리 차를 탄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것은, 시내버스를 높이기 위한 괜한 억지가 아니다. 실제로 합리적이고 맞는 견해임에 틀림 없다.
인생의 운전대
더불어 우리 인생을 스스로 운전하고 있다면 어떨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인생의 운전이었다면, 분명 그대가 길 위에서 차지하고 있는 공간과 무게의 크기가 커졌기에 운전대를 놓기란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토록 몰고 나가고 싶었던 삶이 언젠가 지치고 피하고 싶은 일로 여겨질 때, 과감히 그 운전대를 내가 아닌 주님께 맡길 필요가 있다. 진정한 부자는 결코 스스로 운전하지 않고 있음을 잊지 말길.. 다른 이들이 자기 만족을 위해 운전대를 잡고 엑셀을 밟을 때, 그것을 다른 이에게 맡기고 자기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지혜를 갖게 되길 소망한다.
크고 빠른 것도 좋지만.. 작고 느려도 중요한 것을 찾아야 할 때가 곧 오지 않을까.?
어차피 모두가 함께 가야 하는 길이기에..
- 終 -
Aqua Art Bridge - 예술의 전당 : 오른편 큰 동전모양의 조형물에 물이 흐르도록 설계된 "육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