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다시 시작했다는 후배녀석.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CD-Key (고유번호)를 써서 배틀넷에 들어가려 하니 경쟁이 치열하단다.
오래전 “접속”
그렇게 접속되지 않는 불편함에 공감하다 보니 1990년, 중 1 때 처음 접한 PC 통신이 떠올랐다. 당시 KETEL 로 대표되던 모뎀 접속은 수 만명의 가입자가 불과 몇 십개의 전화번호로 시도해야 되는 것이었지만, 일단 접속만 되고 나면 어린 내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넓은 세상이 있었다.
또래보다 빨리 채팅 중독에 밤을 지샌 것도 그 때였고, 불법 자료인 줄도 모르고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이리저리 모은 93년 대전 EXPO 자료를 전해주니 어떤 대학생 누나에게서 “함께 가자”는 메일을 받은 적도 있었다. ㅡ 까까머리 중딩이 나갔다면 무척 놀랬겠지. ^-^;;;
추억의 단편화
이젠 컴퓨터만 켜면 놀라운 속도로 수없이 많은 정보가 쏟아지지만, 오히려 머리 속에 담긴 애틋한 기억은 갈 수록 수명이 짧아져 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우리네 욕심이 너무 과해진 것은 아닐까.. 더 빠르고 더 많은 것을 더 짧은 시간에 누려야 한다는 “편안”의 유혹이 정작 오래 만들어진 것을 길게 누리는 “평안”의 자리를 차지했다.
지나고 보면..
사람과의 만남이 거래로 이루어져 조건이 맞으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그렇지 못하면 산전수전을 겪어야 하는 이유. 쉽게 사라질 조건 앞에 뒤늦게 ‘실수였다’며 또 다른 조건을 찾아 나서는 모습도 우리에게 오랜 추억을 길게 남길 수 없는 한계가 아니었을까.
점차 머리속에 남겨진 추억이 계속 진행형을 이루는데 자신 없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지나간 것, 지난 사람. 애써 찾으면 무엇하려고.’
마무리 되지 못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이 추억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이기적인 욕심과 실수로 가득했던 시간들이 모쪼록 더 이상 짧은 단편들로 점철되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용기와 변함없는 믿음을 기다리며..
- 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