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년 10 월 4 일 (목) 밀린 일기. - 날씨.. 기억 안남.

저는 운전을 싫어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런 성격에도 참 여러 자동차를 운전해 보았습니다. 소나타, 아반테, 엑센트, 라노스, 마티즈.. 우즈벡에서는 러시아製 Volga 도 운전해 봤지요.. 물론 이 중에 제 차는 한 대도 없습니다. 회사 일과 여러 봉사활동을 통해 다양한 차를 여러번 운전해 보았을 뿐..

운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솔직히 자동차는 사치다’ 라고 말한 서울 시장님의 말씀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많은 경우 저 또한 자동차가 (냉정하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하철은 원하는 곳까지 시간을 지켜 데려다 줍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심지어 이동하는 중에 다른 일 (낮잠이나 독서, 음악감상까지) 할 수 있답니다.

운전하는 것을 싫어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저도 모르게 성격이 급해지거나 거칠어지는 경우를 경험했고, 또 실제로 그런 일이 적잖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사람이란 얼마나 간사한지, 걸어 다닐 때는 “보행자 중심” 이 되다가도, 운전할 때는 “운전자 중심” 이 됩니다. 버스를 타고 갈 때에는 버스 운전사 아저씨의 기술로 빨리 이동하길 원하지만, 제가 차를 몰고 갈 때는 난폭한 버스 운전사가 그렇게 밉게 보일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이중적인 제 모습 외에도, 솔직히 자동차를 운전하면 약간의 과시욕도 생깁니다. 그냥 운전하고 있다는 것이라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집까지 바래다 주기도 합니다 (이건 과시욕의 문제와는 좀 다른 내용이겠지요. 하지만.. ).

갑자기 일기장에 왠 “운전” 이야기?

실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중에 저는 어머니 자동차로 많은 일을 해야 했고, 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사촌들과 심야 영화를 볼 수도 있었고, 어머니 제과점 일을 돌보며 학원에 다녀올 수도 있었습니다. (학원에서 집까지 오는데, 자가용으로 빠른 길을 택해 오니 20 분도 안걸리더군요.. - 평상시 40 분…—;; )

부모님께서 돌아오신 뒤, 자동차 열쇠를 반납해 드렸습니다. 결론은 ‘역시 운전은 제게 아직 필요없다’ 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싸다고 생각했던 대중 교통 요금보다 자동차 운전에 들어가는 휘발유 값은..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1000 만원이 넘는 자동차를 사는 것보다, 그 돈으로 직장이나 학교가 가까운 곳에 작은 단칸 방이라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 같습니다. 일상 중에도 잠시 돌아와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다른 동료들이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을 집에 일찍 돌아와 가족과 보낼 수도 있겠지요..

참, 그럼 심야영화는 어떻게 볼 거냐구요?  그 때 되면 또 하나님께서 좋은 자동차를 허락하실 것을 믿습니다~ ^^;;

밤 늦게 버스를 타고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 큰 엔진 소리를 들으며 잠시 졸음에 빠졌던 30 여분이 그렇게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더군요. 합.리.주.의.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