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황금연휴 동안 - 집안의 기둥 뿌리를 뽑아.. ^^ - 가족들과 함께 독일에 거주했던 동네를 다시 찾기로 했다. 아이들의 기억이 남아 있는 동안 한 번 더 그곳을 보여주고, 또 우리가 그 땅에서 누렸던 감사의 제목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우리 가족의 모습을 소망하는 귀한 시간이 되길 기도한다.

본인 확인

유효기간이 5년으로 짧았던 아이들의 여권을 다시 신청해 받으며 앞에 놓인 태블릿 위에 손가락으로 서명을 했다. 태블릿 위에는 ‘손톱 사용 금지’라는 안내도 있었고, 뭔가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신청한 내 아이들의 여권을 잘 확인해 수령했다고 확인하는 절차였다.

그런데 ‘Index Finger로 그린’ 이름은 비록 내가 했지만 나도 처음보는 필체였다. 곧 굳이 본인이 아니더라도 두 번째 손가락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그렸다면 또 그러려니.. 했을 법한 문자. 그러고 보니 신용카드를 전자기기에 등록해 사용하는 각종 ‘~페이’ 앱에서도 손가락 서명이 영 익숙치 않아 몇 번 지웠다 쓰기를 반복하기도 했었다.

전자 서명 연습

‘흠.. 앞으로 전자 서명을 연습해야 하나.?’ 사실 독일에 처음 파견됐을 때 적잖이 당황했던 것은 일단 신용카드보다 체크(EC)카드의 결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또 하나는 그 카드 뒷명의 서명을 점원이 실제 영수증 종이 위에 남겨진 서명과 비교해 보는 것이었다. 또 이를 알면서도 아내에게 카드를 빌려줬다 아내가 내 서명을 잘 흉내내야 했던 적도 있고.

물론 우리도 부동산 같은 큰 금액의 계약에는 인감 도장이란 도구가 있지만, 신용카드만 건네도 점원 스스로 서명패드에 점 or 짧은선 하나 긋고 결제를 마치는 우리의 시스템(?)을 이용하던 내게 독일의 이런 결제 방식은 새삼스레 ‘서명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 터. 다시 그곳을 방문할 생각에 아이들 여권을 수령하던 내게 마주한 관공서의 태블릿 서명은 기술과 편의보다 ‘처리’에 가까운 듯 했다.

빠르지 않아도

“빨리 하지 않아도 괜찮아, 정확히 하면 돼.”라고 우리도 아이들에게 마음껏 얘기하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사회가 찾아오면 좋겠다. 빠르고 쉽게 하지 않아도 기다려서 안전하게, 제대로 하는 방법을 익힌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분명 더 안정적일텐데.. 우선 나부터도 그런 기다림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에 솔직해야겠다.

오전 휴가를 내고 아이들을 학교에 바래다 주며 독일 가는 비행기에 대해 얘기했다. 돌이켜 보면 갓난 아기 둘을 데리고 독일을 오가며 12시간 가까이 비행기 안에서 전쟁을 치뤘던게 엊그제 같은데. ^-^ “10시간.? 11시간~?!” 아이들은 그렇게나 오래 비행기를 타냐며 사뭇 흥미로운 표정이다.

오랜 기다림 이후 찾게 되는 소중함을 발견하는 우리 가족이 되길.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