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 1 월 26 일 (토) 저녁 - 눈이 오네요, 비 처럼 와요. ^^
이번 달 영어 학원에는 카투사로 제대한 듯 한 (?: 그전까지 우리는 서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으므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첫 날 각자 소개를 하는 동안에 이 분은 자신의 자랑스러운 “카투사 복무 생활” 과 M1A1 탱크를 타고 훈련장을 미군들과 함께 누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기 소개를 ‘군 생활 이야기’ 로 한.. 여느 예비역 못지 않은.. ^^)
솔직히 나도 카투사로 군을 제대했지만, 이제는 제대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었고, 난 그 처럼 “용맹스럽지는” 못했기에 카투사 제대 사실을 숨겼다. 하지만 내게는 카투사들끼리만 아는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내 운동화다. 미군 부대에서 카투사들을 위해 나눠주는 운동화인데, 6 개월에 한 번씩 주는 그 운동화가 너무 많이 남아서 난 제대한지 1 년이 되어오지만 아직도 신고 있다. (솔직히 처음 받은 운동화를 2 년 가까이 신었으니.. 아직도 새 운동화 한 켤레가 남아있다.)
이번 달 무렵이 되어서야 이야기 나눈 그 사람도 자기 소개를 할 때 내 운동화를 보고 흠칫 놀랐다고 했다. 솔직히 좋은 운동화는 아니지만, 아직 멀쩡한 운동화를 버리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아 난 계속 “민간인 운동화” 를 구입하지 않고 있다.
“전요.. 용산에 있었구요, 행정병이었어요.. 그냥.. 장교님 행정 비서요..”
“훈련이요…? 그런건.. 없었구요.. 가끔 1 년에 한 번씩 총 쏘러 갔죠…”
“작전이요..? 장교님 비서라서요.. 조금 업무량이 늘어났을 뿐.. 밤새워 고생한 적은..”
부끄러운 나의 고백. 용맹스러운 그의 앞에서 나의 군생활 경험은 초라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특별히 “터프한 남성 사회” 속에서는.. 그러고 보면, 제대하기 전이나 그 이후나 내게 “길어진 머리카락” 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
아직 교회의 몇몇 어른들은 내게 묻곤 하신다. “이제 제대했나..?”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 해 7 월, 내가 우즈벡에 간다고 했을 때 한 교회 후배는 내게 오랜만에 “격려 전화” 를 걸어와 이렇게 물었다. “오빠~ 참 좋네요~ 카투사는 군 복무 중에 해외로 자원봉사도 갈 수 있나봐요…?” (헐…) 그 때 나와 함께 한 후배는 “그런 후배와는 연락을 끊으라” 고 노골적으로 이야기 했다. (쩝…)
오늘도…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회 커뮤니티에 가서 글을 올렸는데, 의리있는 몇몇 친구들이 참 많이도 답 글을 남겨줬다. 프리챌에 등록된 짧은 코멘트들.. 하지만.. 내용은 역시…
=================================================================
김성엽: 근데, 용진~ 이제 제대한 거야?
강도욱: 헐.. 아닐껄.. 카투사 2 년 2 개월이자나.
김성은: 힘들겠군.. 열심히! 부지런히! 큰 일꾼! 큰 카츄사! => “카투사” 가 맞는 표현..
박철원: 호호.. 군인이 글 남겼네. 수고 많겠다. 아니지, 카투사랬지.?
차지원: 모임나와라, 금욜 8 시. 얼굴 보구 싶다. 군인 얼굴..
박철원: 카투사래두. ㅡ,.ㅡ
김성엽: 아직 제대 못했구나.. 안한거냥? 못한거냥?
김태완: 어쨌든 반가우이, 난 카나다에 있어. 자주 와라.
================================================================
나의 인간 관계.. 이렇게 운신의 폭이 좁았을 줄이야..
제대한 용산 카투사.. 1 년 가까이 “제대했습니다..” 를 알리고 다닌다. Ah, Ohoo…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EXPLORE ARCHIVE
CATEG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