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년 10 월 24 일 (수) 밤 - 날씨.. 좋았죠.

가을을 타서가 아니라, (그러고 보니 요즘 부쩍 ‘여자’ 이야기하는 내 모습이 홈페이지에 늘어났다. 강한 부인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던가.. 점검 필요. 옐로 카드..) 오늘 미8군 부대의 한 후임병 녀석(?) 이 보내준 E-mail 에 관심이 쏠렸다.

연세대학교에 다니는, 자타가 공인하는 속칭 “연애학 박사” 이자, 다양한 “실무 경험” 을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이 녀석은 올 해 나이가 스물 넷인.. 미8군 카투사이다. 바로 우리 중대의 김XX 상병.

내 기억으로는 김 상병은 하루하루 ‘연애 전선’ 구축에 바빴다. 정말 그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 ‘용산 카투사’ 들이 비난을 받아 마땅했다. 고참으로서 주의를 주고도 싶었지만, 그래도 책임감 있게 자기 일을 감당하는 모습에 신뢰를 주며 이런저런 이유도 허락해줬었다.

그런데 오늘 이 녀석이 불현듯 내가 그립다며 E-mail 한 통을 보내왔다. 제목인 즉슨, “김용진 예비역 병장님의 연애 생활 분석”. 테러 여파로 한층 분주해진 부대 분위기 탓일까.. 김 상병은 앞서 제대한 자기가 알고 있는 고참들에게 이런저런 안부를 전하는 중이라고 했다.

근데.. 왜 하필.. 내게 전한 안부는 “연애 생활 분석” 인가?? 자슥.. 아무튼, 아래는 이 녀석이 보낸 내 연애 생활 분석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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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병장님(예비역~~중요!!) 의 기본 성격 Type :

언제나 마음속에서 울어 나오는 친절과 부드러운 성격을 가지고 계시군요.
윗사람으로부터는 귀여움을 받고,동료,친구,후배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만한 성격이라 이성에게는 매력을 못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 자세한 성향(?) 분석..!!

계절은 또 바뀌고 서늘한 바람은 불어오는데. 솔로 생활을 청산시켜 줄 공주님이 안 계시다구요? 아무래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면? 자기 생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긴급 점검! 솔로일 수 밖에 없는 용진 병장님의 생활방식 꼬집기.

☞ 로맨틱한 연애보단 오직 일과 성공을 꿈꾼다구요?

아침에 눈 떠서 자리에 누울 때까지 늘
일 생각만 하구. 제가 특별히 마련한 소개팅 자리도 일 때문에 포기하구 말이에요. 처음엔 진짜 일이 좋아서겠죠. 그러다 보니 점점 일 외에는 관심을 안 갖게 되는 거 아시죠? 사랑도 딴 사람들의 이야기 일 뿐. 그렇다면 혹시 주변에 김 병장님의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나 살펴보세요. 혹은 영어회화 학원에서 만난 분들과 친분을 쌓던가요..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이성과의 만남은..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거든영~!

☞ 학교는 남중, 남고를 졸업하구, 대학에 와서도 남자 비율이 90%가 넘는 곳에만 계셨죠? (‘개과’랬죠?) 그저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여건이 허락이 안되는 상황이죠. 그래서인지 주말에는 남자 동창생 모임, 평일 저녁시간엔 일하면서 만난 엔지니어들과의 만남 등. 남자만 만나는 약속이 줄줄줄~. 하루, 일주일 한 틈도 여자 구경을 할 수 없으니 앤이 없는 건 당근…

☞  남자들 속에만 있으면 여자를 만나는 처세술이 부족하게 되거든여~ 과감하게 남자들 사이에서 벗어나봐요. 그것만이 솔로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최고의 길이랍니당~ 병장님..

☞ 평소 즐겨 하는 것이 방에서 혼자 음악듣기, 무슨 일 골똘히 생각하기 등.. 김 병장님은 제가 농구를 권할 때도, 여러 조건을 만족해야(!) 하셨죠.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서 여행도 가고 술도 마시는 건 딱! 질색. 분위기 있는 음악을 들으며 하는 일이 가장 좋져? 나중에 앤이 생기면 주려고 이것 저것 만들기만 하구.. 정작 여친을 만날 기회는 없잖아요..

☞ 얌전히 있으면 애인이 절로 나타나지 않아요.. 다리품을 팔아서라도 여기저기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야죠. 가끔 지난 번 처럼 저희 부대에도 라면 한 박스 사들고 오시구.. (이 병장님이 무척 그리워하고 계십니당.. 흐흐.. 요즘.. 빡쌔거든여..) 거북해도 이후 제대하시는 분들 술자리도 참석하고, 인터넷으로 채팅도 해 봐여. 김 병장님 상태에서 하는 일만 살~짝 바꾸면 금새 앤이 생기는 환경으로 변할 겁니당..!!

☞ 김 예비역 병장님..! 파이팅!! - 자세한 것 있으면 문의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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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앞 뒤 내용을 자르고도 이 만큼.. 본인 스스로 인터넷 여기 저기서 찾은 내용을 ‘김용진 예비역 병장’ 에게 맞춰 재 편집 했다고 한다. 정성은 좋지만..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도 좀 있는 것 같고.. (운동은 좋아하지만, 술은 아니고.. 교회에서 자매들 많이 보는데..)

그래도 한편으로는 참조해 볼만한 이야기도 있는 것 같아 일기장에 적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내 곁에 아무도 없으면 다시 나를 점검해야지.. 라면 한 박스 사들고, 바쁜 부대원들 격려 방문이나 한 번 더 해야겠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