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년 9 월 9 일 (주일) 이른 저녁 - 난 이제 일기예보를 의심한다. 오늘 하루종일 우산을 들고 다녔건만… 오늘 밤 9 시 뉴스에 또 그 기상 캐스터 누나가 나오면 TV 에 대고라도 이야기 좀 해야겠다. “정확한 일기예보가 기상 캐스터의 생명” 이라고.. 난 아직 그 누나가 “오늘 일기예보가 틀려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솔직히 지금까지 적잖이 틀렸음에도..

날씨 이야기가 길어져서, 마치 일기를 “날씨” 에 대해 적는 것 같다. 사실 난 그렇게 날씨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다. 뜻 밖에 펼쳐진 눈 앞의 파란 하늘과 상쾌한 바람에는 쉽게 마음이 동하면서도, 내일 날씨를 꼬박꼬박 챙기지는 못한다. (‘비온다’는 소식을 들은 오늘 같은 날 빼고는 말이다.)

주일 저녁이다. 뜻하지 않게 집에 혼자 있게 됐다. 형은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외부 식사 약속 (그것도 특정 개인과의…) 으로 인해, 늦는 것이 당연하고.. 나 또한 형을 이해한다.

  • 난 나중에 누구랑 사귀면 꼭 그 사람 동생도 챙겨줄 거다. 진짜로.. —;;;;

부모님은 잠시 외할머니 댁에 가 계신다고 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에 할머니는 계속 집에서 혼자 생활하셔야 했다. 종종 부모님과 삼촌, 이모들이 찾아가시는 것 같다.

  • 나도 나중에 누구랑 결혼하면 꼭 친정 부모님도 챙길거다. 당연히… 암..

이래저래 해서, 학원에서 주말 강의를 마치고 돌아온 나만 집에 남게 되었다. Home Alone..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학원 제자 ‘병진이’ 가 따라 오겠다고 했을 때 데려올걸.. 쩝..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전화 통화를 한뒤, 내가 그토록 고대하던 우리 집 앞의 “한솥 도시락” 을 이용했다. 집에서 딱 1 분 거리에 한솥 도시락 “프라자 아파트 앞” 점이 생긴 것이다. 얼마나 아파트와 가까운지, “앞” 점이란다. ^^;;

그런데.. 밥을 주문해서 기다리는데 5 분이 걸렸당.. 쩝.. 돌아오는데는 또 1 분. 애꿎게 편의점에 들려 우유도 사고, 오징어집 (옛날 과자를 아직도 만날 수 있는 기쁨이.. ^o^ ), 그리고 O2 석류맛 도 샀다.

집으로 돌아오니 가까운 교회 후배 둘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 ‘북한강’ 이라는게 우리 나라에 있어요? 없죠? 그쵸??”
”… (헐.. 이런걸 물으려고..)”
“잠시만요, 바꿔 줄께요.” / “오빠, ‘북한강’ 있죠? 그쵸??”

한창 즐겁게 이야기 하던 중이었는지.. 저녁 내기를 했는지, 데이트 중인지.. (안봐도 눈앞에 상상이 된다.) 아무튼 그들의 주머니를 왠지 내가 관리해 주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행복해 보이는 두 후배와의 ‘북한강 이야기’ 를 마치고, 다시 컴 앞에 앉아 인터넷을 켰다. 내 홈페이지가 제일 먼저 뜬다. 역시.. 혼자 있어도 난 아직 외로움을 모르나 보다. 이러면 안되는데..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