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무렵이었던가. 북유럽 출장 길에 하늘을 지나는 철새 무리를 몇 번 봤는데, 아쉽게도 운전 중이어서 사진에 담지 못했었다. 어느새 쌀쌀해진 바람을 가르며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떼를 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의 여정은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다시 만난 이들
그저께 즈음 독일의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무리지어 날아가는 또 한 무리의 철새들을 만났다. 운 좋게도 이번엔 회사 뒤뜰에 있던 터라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눌렀지만 송알송알 점으로 박혀 있는 철새들과 핸드폰 카메라의 한계.. (위 사진인데, 잘 보일지 모르겠다 ㅋ)
북유럽에서 봤던 새들보다 훨씬 높게 날고 있었지만, 책에서만 보던 새들의 격려 울음소리는 선명하게 들려왔다. 끼룩끼룩~ 실제로 앞장 서 나는 새에게 격려를 보내고 있는지는 몰라도 V자 대형이 한 쪽으로 쏠려서 커다란 1 을 그리고 있는 것 또한 멋져 보였다.
철새 같은 사람
언제부터 사용된 표현인지 몰라도, “철새 같다”는 말이 그리 좋은 표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 이 쪽으로 저 쪽으로 편을 오가는 모습에서 그러했을터. 그도 그럴것이 자칫하면 기회주의자도 될 수 있고, 혼자만 살겠다고 하는 것도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표현이 정작 하늘을 나는 철새들에게는 무척 미안한 얘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새들은 기회를 찾아 도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변에 찾아 온 거스르기 어려운 환경을 인지하고 방향을 잡는다. 그리고 거리를 알 수 없는 먼 여정을 함께 시작하며 새로운 곳으로의 삶의 이동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철새들의 귀로
철새들의 여행을 바라보며, 결국 내년 봄에는 이 친구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순간 어린 아이처럼 또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철새의 여정에는 상황 회피가 아닌 이를 주도하는 열심이 있음을. 그리고 작별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의 만남과 돌아옴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멋진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면 “개미와 베짱이”에서 나왔던 베짱이도 오히려 창의적인 아이콘으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고도 하는데.. (그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을 생략한 것 같아 쉽게 수긍은 안 가지만.. ^^;)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 온 11월의 늦은 저녁. 철새들의 열심에 다시 한 번 힘을 내 본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