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 2 월 27 일 (수) 밤 - 이제 봄이 온대요~

어제부터 고민했던 “철도청 파업” 이 드디어 해소됐다. 다음날 예수원으로 향하는 내게는 참 다행스러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난 강남 파고다 어학원에서 받던 수업을 무사히 마쳤고, 이제 신촌 파고다 어학원에 등록했다.

참.. 또 중요한 것 하나.. 낮 시간마다 지켜온 컴퓨터 강의도 이제 모두 마쳤다. 아쉬운 선생님들과의 작별 식사는 다음으로 미룬채.. 학생들과 헤어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난 컴퓨터를 고쳐야 할 일이 또 하나 있었다. 최근에 교회 후배인 주영이가 컴퓨터를 기숙사에 들여왔는데, 문제는 내가 전해준 TV 수신 카드에 있었다.

사실 나 또한 부대에서 ‘독수공방’ 생활을 해왔기에, 혼자 사는 공간의 누릴만한 ‘복지혜택’ 마련에 대해 부심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주영이가 컴퓨터를 장만하고, TV 카드를 원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내심 들은 것이다.

‘주영아, 오빠가 이제는 안쓰는 TV 카드가 있는데…’

사실 이 고백(?)을 하기까지 난 적잖이 망설였다. 왜냐하면 내 TV 수신 카드는 컴퓨터 장비 중 고가에 해당하는 모델이었고, 리모콘과 유선방송, FM 라디오와 S-VHS 를 지원하는.. 그야말고 “지금도 쓸만한 것” 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젠 더 이상 나는 쓰지도 않는 그 TV 카드가 어찌나 아쉬웠던지.. ‘그래도 나눠줘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심 욕심과 교만이 남아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런 이유에설까. 기껏 전해준 내 TV 카드는 주영이 PC 와 그 방에서는 완전 “작동 불능” 이었다.

무려 3 시간 동안을 컴 앞에 앉아, 요리조리.. 그러나.. 복지부동..

결국 믿음의 후배에게 한 껏 멋스러운 자랑만을 늘어놓은체, 실속은 하나 없는 우스운 꼴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런이런.. 난 오늘 2 번째 방문에도 또다시 다음을 기약해야했다.

“아마 하나님이 테레비 보지 말라구 하시나부다, 쩝..”

그 교회 후배의 한소리를 뒤로 하고, 씁쓸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쩝.. 난 그저 내 무능함을 탓할 뿐이다. ‘그러길래.. 아예 주지 말걸..’ (??!!) 이라는 더 나쁜 생각까지 하며.

왜 가끔 나는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 임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그것이 내 주머니 안에 있는 것일 때는 부인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요즘 내가 무엇인가에 집착하며 “결과 없는 분주함” 을 만들어 내는 이유이자, 컴퓨터를 고칠 수 없었던 까닭이 아니었을까.

이래서 어떻게 “물질에 자유할 수” 있을까.
일어나라, 용진.. 헛된 마음의 소욕과 욕심을 버리고!!!

내일, 난 예수원에 간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