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둘러보면 참 아파트 많이 짓는다. 아파트.

아파트에서 자란 세대

그러고 보면 내가 그동안 살아온 집의 형태는 모두 아파트였다. 70년대 말 지어져 아직 대다수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인 방 3개, 판상형 단지. 잠시 독일에 거주할 때나 처가댁에 머물며 주택의 멋을 느꼈지만 이제 다시 아파트. 그나마 내가 사는 곳은 전체 단지가 4층 이하로 높지 않은데, 요즘에는 좀 더 높은 건물에서 사는 멋(?)도 추구하는 것 같다.

[caption width=“1200” align=“alignnone”]예전에 살던 집 인근, 그린벨트였던 땅에 들어선 ‘사람사는’ 건물이다. 순간 서울이 홍콩된 줄.. ^-^ㅋ[/caption] 그런데 정말 멋있을까. ^-^ 가끔 살펴보기 좋아하는 위성지도를 보다 보면 서울 주변에 회색도 초록색도 아닌 황토색으로 ‘개발되는’ 곳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애석하게도 그 건물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만만찮다.

앞 건물의 그림자가 뒷 건물을 덮는 것은 물론이고, 대로변에 위치한 동들은 그나마 저층부까지 햇볕을 볼 수 있겠지만 도로위에서 들어올 소음과 먼지를 생각하면 이 또한 ‘멋진 Life’ 공간은 아니다. 앞서 말한 70년대 아파트는 15층도 고층이었는데, 요즘 뉴스를 보면 35층 이상 못짓게 한다며 안달이다.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까

작년 가을, 남한산성 능선을 따라 걸으며 내려다 본 풍경은 가히 가관이었다. 수어장대 아랫능선의 위례신도시부터 특전사가 있던 거여 마천동의 재개발 단지에 이어 방이동 뒷편의 행복주택을 지나 멀리 강동 하남의 택지 개발지구까지. 도대체 이렇게 집이 많고, 또 많이 짓는데 ‘내 집 한 채’ 없다는게 스스로 신기했고 ^-^, 짓고 또 부수고 더 많이 지어도 가격이 오르는 부동산은 더욱 미스테리다.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까. 남한산성과 제법 떨어진 우리 집 주변에도 여전히 신규 입주 물량이 있고, ‘새 아파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더욱이 저출산으로 이제 애들 학교와 입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닥쳐온다고 하는데 ㅡ 이는 불확실성 시대에 비교적 ‘예측 가능한’ 미래다 ㅡ 아직 ‘새 아파트’를 짓고, 사서 돈을 벌겠다는 경제 참여자들의 열정에는 끝이 없다.

슬픈 현실

결혼 전부터 ‘빚지지 않겠다’고 약속한 아내와 지금까지 지내왔고 때론 이게 세간의 말대로 ‘무모한 짓’이 아닌가 싶어 계산기도 두드려 봤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냥 우리 수준에서 사는게 여유롭고 행복하다. 또한 자라나는 아이들과 비교적 넓은 집에 빚 없이 거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따름.

다만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 같은 ‘택지 개발’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과 회사 동료들과 주변 이웃들의 집 걱정을 듣고 있으면 안스럽기 그지 없다. 바로 옆과 뒷 동네의 공사현장은 가뜩이나 심각한 미세먼지 상황을 더욱 코너로 몰고 가고 있고, 그렇게 높이 지어진 건물 상층부의 사람들은 자기 집 높이로 인해 불과 수십 미터 뒤쪽에서 적은 일조량을 받는 저층부의 이웃들을 생각하지 않으며, 값 비싼 차를 넉넉히 주차할 수 없는 현실을 다시 탓한다.

난 축구를 잘 못해서, 보통 ‘개발’인 경우가 많다. ^-^; 이 수많은 택지 개발들도 보다 효과적으로 정확하게 이뤄져야 할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