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년 12 월 30 일 (화) 늦은 밤 - 옥상에서 5 시간 동안 떨고 있기.. 춥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한동안 그 분은 내 일상 속에서 잊혀진 존재였다. 물론 나는 늘 그 분에게 다가가고자 했지만, 그것이 쉽지 않았다면.. 화려한 변명일까.. 어딘가 부족한 내 모습. 확실한 건, 내 일상 속에서 그 분에게 주어진 시간은 분명 없/었/다/고 인정한다.

그렇게 식사 기도 때에만 잠시 급하게 말을 내뱉던 내 모습. 이제 변해야 살 수 있다는 위기 의식 속에 간절히 주님의 도우심을 바라게 됐고, 금일 내 일상 속에서 가까이 행하신 그 분의 임재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월요일 아침. 실은 난 그동안 원치 않는 차량 사고 (주차 중 원인 불명의 차체 손상이 회사 차량에 가해짐) 로 인해 20 만원의 빚을 회사 차량 관리실에 지고 있었다. 괜히 그 분들과 ‘제가 안그랬어요!’ 라고 다퉈봤자 하나도 좋을게 없다고 생각하고 내린 20만원에 대한 배상 결론. 하지만 정작 돈을 내야 할 시간이 되니 내 안에 망설임이 큰 터였다.

‘연말에는 돈을 넣어주셔야죠.’

아저씨의 말씀을 한 귀로 듣고 흘렸던 더 깊은 속내는 사실 최근 내 주머니 사정에 있었다. 말 그대로 ‘연말’ 인지라,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리더로 섬기는 교회 공동체에서도.. 씀씀이 계획이 있었는데.. 20 만원의 작지 않은 금액을 반영하기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새벽에 타고 출근한 차를 반납하며 차량 관리실 담당자 분의 표정을 읽었다.

‘휴우.. 그냥.. 내야지.. 내기로 한 걸, 뭐..’

아직 비어있는 사무실에 올라와 잠시 하나님의 말씀을 보고 난 뒤 드리는 기도.

‘주님, 제가 스스로 말한 것을 지키겠습니다.. 그런데.. 돈이 부족해요..’

작은 망설임 속에 ‘늘 필요한 양식을 채우시는 주님’ 에 대한 내 경험과 믿음을 Overlap 했다. 돈을 보내기 위해 인터넷 뱅킹에 접속해 보니..

통장 속 돈이 의외로 많다.. 쩝.. 자동 이체 중인 저축 예금이 납부되지 않아서일까.. 이상하다.. 아닐텐데.. 아, 글쎄!! 오늘 뜻하지 않은 성과급이 지급된 것이다. 그것도 20 만원 곱하기 몇 배에 이르는..!

순간 노트북 앞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 용진이를 주님은 기억하실게다. 광야 생활 속에서 그들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섭리보다 ‘당장 먹을 것이 없다’며 구원자를 비난했던 이들에게, 만나와 메추라기,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함께 하신 전능자의 긍휼을 깨닫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듯.. 나 또한 그/랬/다/.

“우와.. 성과급 나왔네요 ^^”

옆 자리 대리님께 한 마디.

“그래, 부자되자.”

돌아온 짧은 답변.

이어서 금일 현장 검수 준비 중인 신당동의 도로교통안전 관리공단으로 향했다.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설비 공사의 세계. 바로 내가 일하는 터전이기도 하다. 교도소에서 출감하신 분들부터, 오직 ‘에어컨’을 위해 수 십년간 일해오신 분들까지.. 젊은 내가 단순한 지식으로 상대하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이 있다.

“아 C.. 거, 되게 보채네!!”

처음 뵙는 설비 공사 담당자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격앙되어 있었다. 이를 어쩌랴, 나이도 위요, 경험도 위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그에게, 내게 주어진 넥타이와 갖춰입은 복장은 당장이라도 벗길 수 있는 간단한 장애로 느껴질 뿐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기도. 하나님께 그 분에게 잘못한 내 모습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서로 좋지 않은 마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5 시간이 넘는 건물 옥상에서의 작업 도중, 갑자기 그 분이 내게 다시 말을 건네왔다.

“저는..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안합니다. 제발 저를 믿어주세요. 이번 공사가 처음이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절 인정해 주시기를 바랐구요.. 아깐 미안했습니다.”

“아뇨, 오히려 제가..”

짧은 대화와 악수가 오간 뒤, 바로 멀리 보이는 반대편 풍경을 바라보며 눈물을 다시 흘려야 했던 내 모습이 들켰을까.. 아까 드린 기도에 대한 응답이 너무도 분명한 상황 앞에서 난 다시 주님이 옆에 함께 서 계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밤 늦게 돌아온 지금도, 그 분은 나와 함께 하신다. 건방진 문자 메세지나 필요 없는 스팸 메일 한 통에도 주님에게 묻고, 가능한 내 즉흥적 반응을 주님의 뜻에 맞춘 짜임새 있는 행동으로 조직화 시키고자 한다.

그렇게 곁에 계신 주님이…  난 참 좋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