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 3 월 8 일 (금) 밤 - 그런대로 몸이 좀 나았어요.. 콜록콜록…

10 살 때의 일이다.

“할머니, 저 200 원만 주세요.”
“응, 그래. 자, 여기있다.”
“고맙습니다~”

그 때 난 분명히 어머니께 용돈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 돈이 사용될 곳과 목적을 일일이 확인하시던 어머니께 받는 용돈보다는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금액을 주시던 할머니께 받는 돈이 더 편했다. 물론 이 사실이 들통나는 날에는 어머니께 많은 꾸중을 듣곤 했지만..

나이를 하나씩 더하면서, 내게 찾아온 큰 변화 중 하나는 가족 간의 “역할 재분배” 였다. 오랫동안 힘써 일하신 아버지께서는 정년퇴임 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일로 옮기셨고, 어머니는 이로 인해 줄어든 가계 소득을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가게를 섬기셨다. 형은 이제 학생이 아닌 회사원이 되었고, 할머니는 높아진 춘추에도 집안 일을 돕는데 더욱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

특별히 얼마전 할머니와 나 사이에 이런 일화가 있었다. 할머니께서 급히 집 앞 슈퍼마켓에 다녀오셔야 했는데, 때마침 사야 할 물건값이 조금 부족하신 모양이었다. 나는 서둘러 내 지갑을 열어 2,000 원을 드렸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학원에서 돌아온 내게 뜻 밖에 작은 선물이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에, 할머니께서 적으신 메모와 소중한 돈 2,000 원이 있던 것이었다. 부끄럽지만, 난 이때 잠시 책상 앞에 앉아 멍하니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그 예전에 할머니께 받은 용돈에 비하면, 이는 극히 작은 부분이었음에도 할머니는 종이 안에 빼곡히 미안함과 고마움을 적어 돌려주신 것이었다. 그것은 분명 자기 돈과 배를 채우기 위해 한 걸음이라도 더 빨리 내딛으려는 세상의 어떤 힘보다도 더욱 강한 것이었다. 감사함의 의미와 작은 것이라도 잊지 않는 신실함을 몸소 보여주신 할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오늘도 집에 돌아와 보니 내 책상위에 못보던 봉투 하나가 놓여있었다. 지난 주일 각자 성가대 가운을 세탁하기로 해놓고, 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내 짐 가운데 놓인 그것을 보시고 모든 정성으로 세탁하여 다려 놓은 것이었다. 할머니 일생의 한 분 뿐인 “하나님의 것”이었으니, 그 가운을 세탁하시고 다려주신 정성이 얼마나 컸을지는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잠시 연로하신 할머니의 변함없는 행함과 작은 일에 충성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오늘 난 얼마나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고 마음을 흐렸던가..

늘 감사할 뿐이다. 이런 사랑의 가족을 허락하신 것은 하나님이심이 명백하니.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