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년 9 월 28 일 (주일) 밤 - 모처럼 청명한 주말.

핸드폰을 분실했다. 상황은 이러했다. 술취한 일본인 고객을 모시고 그 분의 숙소로 향하던 길.. 난 역삼동에 일본 거래선의 서울 사무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왔지만 그 손님은 이미 택시 뒷자리에 쓰러져 깊이 잠든 후였다.

“아저씨, 역삼역으로 가주세요.”

나도 깜박 잠이 든 사이. 어느새 택시는 목적지에 와 있었고 미터기에는 12000원의 요금이, 택시 아저씨는 급히 나를 깨우며 이런저런 싫은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차 안에 토하면 어떻게 해요!!”

죄송하다는 표시를 수 차례하고, 일본 손님을 억지로 끌어내린 뒤 차비로 2 만원을 드렸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아저씨 표정에 이런 저런 해명을 하며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드리며 가까운 가게에서 휴지를 적셔와 닦았건만.. 고래고래 소리치는 아저씨의 음성은 떠나가질 않았다.

앗.. 그런데.. 방금 전 끌어내린 일본인 손님이 보이질 않는다..! 서둘러 택시를 보낸 뒤 일본인 손님을 찾고 난 뒤에야.. 난 비로소 일본인 손님의 호텔을 알아보기 위해 택시 안에서 꺼내 들었던 내 핸드폰을 놓고 내렸음을 확인했다.

‘이런.. 용진.. 정신 나갔구나..!’

부랴부랴 일본 손님이 꺼내든 핸드폰에 의지하여 내 번호를 눌러댔고, 택시 기사님의 변함없는 언성이 메아리 쳤다.

”~~!!! 에 맡길 테니까 와서 찾아가요!!”
“네? 뭐라구요? 어디에 맡기신다구요?”
(딸깍…)

다시 여러 번 전화를 해봤지만 전화를 받지도 않고.. 급기야 꺼져버린 내 전화기.. 얼른 신고를 하고 일본인 손님의 호텔을 힘들게 찾아드린 때는 이미 새벽 1 시를 넘긴 뒤였다.

휴우.. 처음으로 회사에 들어와 “내가 뭘 하고 있는건가..” 하는 고민에 사로잡혔다.

핸드폰이 사라진지 어느덧 사흘 째. 택시 아저씨는 적당히 핸드폰을 처리하신 모양이다. 문자 메세지도 보내보고, NATE로 핸드폰 위치 추적도 해보았지만, 서울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만 있을 뿐.. 핸드폰의 벨소리는 오늘도 공허한 10 차례의 울림만 남기고 끊길 뿐이다.

(누가 위로 좀 해줘요… ㅠ.ㅠ)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