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년 11 월 13 일 (화) 새벽 - 새벽 6시가 좀 넘었다.. 춥다.. 추워..

빈 강의실에 들어와 강의 준비를 마치고 컴 앞에 앉았다. 오랜만에 ‘너무 일찍’ 나온 탓인지 새벽녘에 학원 문을 열어주시는 아저씨께서는, “춥지도 않어?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잠 좀 자지.. 나두 좀 자자..” 라며 넋두리를 하신다.

내 힘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 즈음에 - 요즘에도 간혹 이런 생각에 빠지지만 - 난 컴퓨터 박사임을 자청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컴퓨터를 가르치고, 배우기 보다는 아는체 하기에 급급했는데, 그 한계가 올 여름에 드러난 것이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봉사’ 를 필요로 했던 우즈벡에서.

이유야 어찌됐든, 뒤늦게야 ‘전문적 지식’ 이 필요함을 알고 다시 뛰어들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컴퓨터와 영어의 일상 속에 몇몇 회사에서 ‘시스템 엔지니어’ 역할을 하게 됐는데, 어젯 밤 우리집 컴퓨터를 만지다가 이런 일이 생겨 버렸다.

“어쩌구 저쩌구… 저렇구 이렇구.. 해서 시스템이 종료됩니다… 문제 해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시스템 관리자에게 문의하세요.”

이런 에러 메세지야 컴퓨터에 간혹 있는 일이겠지만, 어젯밤은 조금 달랐다.

‘이런.. 시스템 관리자가 ‘나’ 잖아.. 나도 몰라.. 왜 이렇게 됐는지..’

세상에, 늘 지나쳐 버렸던 작은 에러 메세지의 끝 한 마디가 이렇게 당황스러운 일이 될줄이야. 아직 제 역할도 모르고 있었나 보다.

휴학 기간을 마무리 하고 있다. 이제 다가오는 겨울 방학이 지나고 나면 어엿한 ‘대학생’ 으로의 복귀가 눈 앞에 보인다. (혹자는 ‘복학생’ 과 ‘대학생’은 확연히 구분되며, 당연한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좋은 소리 같지 않다. 쩝..)

아직 배우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초보 ‘시스템 관리자’ 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꼭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와 어려운 에러 메세지를 스스로 해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리라.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나이지만, 한껏 힘을 내어 다짐해 본다.

새벽 공기가 차갑다.. 강의실 안에 있는데도..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