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 1 월 18 일 (금) 밤 - 오늘부터 추워진다고 했는데…

내게는 10 원짜리가 “한 통” 있다. 어쩌다 보니 모으게 된 것인데, 나름대로 ‘역사’를 자랑한다. 우선 10 원짜리가 모인 통은 다름아닌 초등학생 시절 사용했던 “물감통”. 난 지금에서야 학원가로 유명한 강남구 대치동의 ‘어린이 미술학원’ 을 다니며, 1.5 L PET 병을 잘라 물감통으로 사용했었다.

지금도 어린 손길로 단단한 PET 병을 자르던 때가 기억나는데, 아무튼 물을 담아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된 그 통에 10원 짜리가 한 가득이다. 와.. 저게 얼마쯤 될까..?

그 때부터 본의 아니게(?) 10원짜리를 모으게 되었으니, 모여있는 10 원짜리들의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어머니는 우리 가족들의 옷 빨래에서 행여 동전이 나오면 10 원짜리는 이 통에 담으셨다고 했고, 할머니는 요즘도 집 안을 돌보시다 10 원짜리가 나오면 이 통에 담으신단다. 형은 간간히 동전이 필요할 때 이 통에서 10 원짜리를 꺼내서 썼고, 아버지는 그 옛날 전화요금이 20 원하던 시절, 출근 전에 이 통에서 미리 동전을 준비하셨단다.

근데.. 이 통에게 참 슬픈 일이 생겼다…

얼마전 뉴스에서, 10원 짜리 동전이 집 안에 갇힌 채 제대로 유통이 되질 않아 우리나라의 주화 제조량이 필요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10원짜리를 하나 주조하는데 드는 비용이 28원이라는.. 아이러니한 사실과 함께.

힘들었지만.. 이 통에 담긴 10 원짜리들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서서히 그 작업을 시작했는데.. 거 참.. 사용하는데도 각각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10 원짜리 동전들의 사연이 가지각색이다.

지하철 맹인아저씨께 넣어드리려던 내 주머니 속 동전 전부는 모두 10 원짜리었다. 그래도 하나 두개 정도는 적어도 100 원 이상이어야 했을텐데, 험상궂게도 50 원짜리 하나가 더해져서, 도합 90 원. 돕겠다는 마음이 무색하다 못해 지하철에 앉아 계신 다른 어른들 마저 인상을 찌푸리셨다.

어디 그 뿐이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 뒤, 결재 금액의 총합이 2,390 원. 헉.. 그 사용하고 싶던 10 원짜리를 못 챙겨 나와서 결국 한 개가 더 늘었다.. 송파 도서관 자판기에 내 10 원짜리 친구들을 사용하기로 하고 동전을 집어넣기 시작.. 어라..? 이 자판기는 동전 10 개 이상은 사절이다. 100 원을 채우기가 무섭게 금새 “환불”.

어쨌든.. 오래 정든 물건을 떼어내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냥 이대로 놔두어도 괜찮겠지.. 잠시 쳐다본 물감통 안에 가득한 10원짜리 친구들이 환호성 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얏호~~ 우리 여기서 계속 있어두 된대~~ ↖^^↗ ”

(자슥들… ^^;; )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