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니 기억해 보면 첫 번째 교육 출장이었는데 회사의 배려로 여기에 이틀 간의 휴가를 더했다. 그리고 출장 일정 후에 차를 빌려 찾아간 곳. 폼페이와 아말피 해안이다.

일상이 멈춘 곳

호텔에서 가까운 폼페이 유적지 입구는 관광객이 그렇게 많지 않은 원형 경기장 쪽 입구였다. 그래서였을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느껴진 공원 같지만 왠지 스산한 기분은 이 곳을 둘러보는 내내 스스로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사람이 살았던 곳. 그저 그런 오늘처럼 하루를 보내고 있던 이들에게 갑자기 닥친 화산의 재앙과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멈춘 곳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 한 켠에 큰 질문이 떠오른다. “나의 오늘도 갑자기 멈춘다면 어떤 모습일까?”

2천년 전 도시의 모습은 그들이 그만큼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었는지 몰라도 지금 생각하는 그 이미지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지붕들이 모두 소실된 자리에 아직 굳건히 서 있는 기둥들과 집의 벽체들과 도로, 그리고 일부 남겨지 실내 장식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곳이 ‘사람 사는 곳’임을 말해준다.

다른 얘기지만 로마 시대의 도시들을 찾아가며 주님을 전했던 초대교회 사도들의 모습 또한 오버랩됐다. 높은 자존감과 여유를 갖고 지내던 이들의 일상 속에 담대히 주님을 전했던 사도들의 용기와 그들이 다녔을 길과 광장, 당시 도시 사람들이 신봉하던 그리스, 로마의 신전들. 이 또한 지금 우리 주변에 가득한 우상의 이미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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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축복, 아말피 해안

이어서 아말피로 향했다. 여유로운 이 곳 사람들의 템포에 맞춰 이틀 밤을 묵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괜히 무리하지 않고 오토매틱 기어를 장착한 작은 차를 빌리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더욱 갖게 한 해안도로.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옛날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과 비슷할 수도 있지만, 중앙선도 딱히 없는데다 곳곳에 주차된 차들을 마주오는 버스(!)를 피해가며 교행해야한다. 틈틈이 마구 달려가는 오토바이 커플들은 또 어떻고. ^^

그렇게 운전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소렌토를 지나 해안 절경에 이르고, 길가에 잠시 멈춰 레몬 슬러쉬를 한 컵 먹고 나면 포지타노에 도착한다. 훌륭한 레스토랑의 테라스에서 과분한 오찬을 즐기고 다시 아말피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꿈만 같다.

차를 운전해 가는 만큼 버스로 이동하는 것보다 자유로운 시간 계획이 가능하지만, 제대로 비싼 주차료와 때때로 과감히 한국처럼 자동차 키를 맡겨야 하는 주차 (소매치기에 대한 주의를 너무 많이 받기에)에도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내 경우에는 출장 이후 여행용 트렁크에는 빨래 중심으로, 잊어버려도 가능한 타격이 적은 물건들만 담아 차에 놔두고 다녔다. 다행히도 많은 주의를 받은 만큼 실제 위험한 상황은 없었지만, 로마 공항에서 차량을 렌트할 때도 소매치기와 도난(차량포함..)에 주의할 것을 서약해야 했었다.

자유로운 휴식, 그리고 라벨로

직선 거리는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지만 뜻하지 않게 있을 수 있는 차량 정체와 주차 대기 시간을 포함해 아말피 해안 도로의 굽이와 그 경사를 감안하면 이동에 충분한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값비싼 아말피 해안이 아닌 그 뒤편의 웅장한 산 위로 저렴하고 조용한 호텔을 잡았는데, 거긴 정말 시골이었다. ^^

길 거리를 돌아다니는 주인 모를 강아지 몇 마리와 낡은 차량들, 작은 음악회를 안내하는 마을 게시판의 길을 따라 오전 산책을 즐기는 것도 충분한 휴식이 됐다. 다시 해안도로로 내려가 반대편 능선으로 올라가니 잘 알려진진 클래식 음악의 성지, 라벨로가 나온다.

일찍이 바그너를 비롯한 많은 음악가들과 예술인들이 찾았던 곳이자, 지금도 여러 음악 축제가 계속 되고 있는 아말피 해안 위 음악의 도시 라벨로. 그 안에서 재생되는 소개 영상 속에서 우리나라의 마에스트로 정명훈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어느새 공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로마에서 내려가던 때의 설레임이 사라져서 인지, 아니면 이제 지쳐서인지 반대로 올라오는 길은 멀고 지루하게도 느껴졌지만 그 자체로 귀한 여정, 안전한 인도하심을 누렸던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하며 오가는 길에 만났던 이탈리아 호텔의 주인 내외분들과 월드컵 중계를 함께 본 카페의 잘 생긴 청년들, 여정 중 반 나절을 가득 채워준 형님들께 감사드린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