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년 5 월 22 일 (목) 다음날.. 새벽. - 날씨 스모그 왕창, 그 사이 햇빛 조금.

하루 종일 서 있었다.

하루 종일… 서서.. 있었다..

하루 내내… 서있는 체로.. 있었다..

(왜 같은 말을 반복하냐구? 그렇게.. 끝없이 서 있었거든.)

여기서 하루 종일이라 함은 오전 8 시부터 조금 전 12시(자정) 30 분까지를 말한다. 이에 덧붙여 돌아오는 동안 버스에서 조금 서있고, 내려서 걸어오는 동안 계속 서 있는거 합치면 한 17시간??

세상에.. 나도 드디어 “김수자 발맛사지기” 위에 내 발을 올렸다. 며칠 전 어머니께서 사신 것을 보고 얼른 ‘내가 발을 주물러 드려야지..’ 했는데, 아.. 이제야 어머니의 고생과 아들을 사랑하시는 깊은 뜻을 알았다.

실로 그랬다. 호수 위의 백조. 그 물 속에 보이지 않는 발길질을 누가 볼 수 있으랴. 난 그동안 COEX 에 일하러 간 적이 없다. (예전에 삼성동에 있던 컴퓨터 학원을 빼놓고) 그곳은 그야 말로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현존하는 국내 최고 인기 영화관이 있고, 여러 먹을거리와 입을거리가 놓여있는 내 사진 촬영의 대상지가 아니었던가.

뿐만 아니라, 난 사실 COEX 의 성장과 함께 했다. 중학교 때부터 (좀 돌아다니기 시작한 때(?)부터) 대치동 은마에서 언덕 넘어 (당시) ‘무역전시장(KOEX)’  까지 자전거든 걷든 그곳은 아무도 없는 사무실만 가득한 청소년의 즐거운 놀이터였다.

이제는 바야흐로, 내가 그곳에서 직장인 신분으로 몸과 마음을 부대끼며 전시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비로소 그 장소의 존재 이유를 알았고, 밤새워 노력하고 수고하는 이들의 숨겨진 가치를 알았다. 흐유.. 종일 서서 여기 저기 뛰어다니고, 들어오는 물건 받고, 나가는 쓰레기 체크하며 수많은 동역자들과 구슬땀을 흘렸다.

그랬다. 그 장시간 동안 앉을 수 없었던 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갑자기 진지한 내 일기 흐름을 깨는 장난기가 발동한다. ‘모두들 좀 앉지 그랬어??’ ^^;;;; )

암튼…

모두들 서서 열심히 일했고, 드디어 D-day. 내일 그 첫 날 일정이 시작된다.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 등 몇몇 정부부처의 장관급 인사가 참석하고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굴지의 대기업 사장들이 오며, 이어서 수많은 외국인들이 내방한다.

뭐.. 사실 그치만 전시회에 오라는 말은 누구에게도 못하겠다.

일단 내 신분이 말단(배치 3일차입니다.. 많은 이해바랍니다..) 이므로 와도 맘대로 나갈 수가 없고, 눈치 보기 바쁘고, 더군다나 그 흔한 밥 한 번 사주지 못할 터이니..

이어서, 품목이.. 일반인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 물론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에어컨, 냉장고와 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품목을 들고 왔지만, 우리 회사 (삼성물산) 은 무척 다르다. 오직 단일 품목. 그것도 건물에 들어가는 커다란 냉공조설비 하나다.

왜냐구요..? 저희는 회사 전체가 아닌 사업부 단위, 그 중에서도 우리 조(전체 8 명) 만이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기 때문이지요.. 바로 옆에 LG 전자가 있는데, 참고로 우리도 애 많이 썼지만 그곳의 매머드 급 전시회 참석은 도저히 따라가기가 어렵겠더라구요.. 거긴 우리 처럼 사원들은 나오지도 않고 무슨 이상한 이벤트 기획사가 다 하더라구요.. (부러버라..!)

암튼.. 역시 그 품목 또한 워낙 여러분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겠기에 감히 여러분의 방문을 정중히 사양합니다.. (누가 와준댔나.. ㅠ.ㅠ)

그래도.. 혹시.. 모르죠.. (내 아들 찬영이가 오늘 문자보내왔었음..^^v~) “아래” 를 참조하세요…


‘안녕하세요? 전 ‘아래’에요~”

한국냉동공조설비 박람회 “이름 어렵다~ 아래.”
2003. 5. 23 (금) ~ 26 (월) 까지 (매일 아침 10:00 ~ 오후 6:00)
삼성동 코엑스 1 층 태평양 홀에서~
입장료는 얼만지 모름. 들어오면 아무것도 볼 건 없을것임. 단, 기계공학도나 냉동공조 시스템에 관심있으면 OK. 경품 행사 있음 .하지만 당첨은 되는 사람만 됨.

전시회를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