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년 1 월 31 일 (토) 점심 시간 - 학원 안은 더운데.. 밖은 잘..

회사에서 각종 모임을 갖다 보면, 사실 크리스챤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적지 않다. 회사가 잘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크리스챤으로서 이러한 세상 속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도전의 메세지가 늘 내 안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여느 사회 공동체가 그렇듯, 여러 모습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러한 다양성을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정해 줄 조직과 규율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회에 조차 서로의 직분이 있고, 역할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제 내 안에 들었던 질문은, 이런 조직 속에서 말단에 위치한 내게 ‘영향력’ 이란 말이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많은 기독 청년들이 그러하듯, 우리에게는 세상의 시험이 있고 끊임없는 경쟁이 있기에 단순히 ‘꿈만 꾸어서도’ 되지 않고, 동시에 ‘꿈을 잃어서도’ 되지 않는 것 아닌가.

사실 세상의 권력과 명예가 있다면 왠지 하나님의 일을 이 땅에서 감당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누려보지는 못했지만, 존경하는 회사의 선배들을 바라보며, ‘나 또한 저 자리에서 직장을 섬긴다면..’ 이라는 가정을 은연중에 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장에서의 승진과 세상에서의 성공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사실 요즘 세상은 더욱 각박하고 치열해 져서, 정직하고 겸손한 사람이 제대로 자리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당한 정치와 화려한 Showing, 돋보이는 자기 자랑과 세상적 기능의 완벽한 수행이 경쟁력의 척도가 아니었던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한 동안 이러한 고민에 깊이 빠졌다. 오늘 QT 말씀을 통해 전해주신 ‘포기와 고난의 의미’. 그리고 직장의 여러 선배들이 보여준 ‘화려한 성공’. 두 가지 모두 ‘세상 속의 크리스챤’으로서 반드시 놓칠 수 없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세상이 좋아하고 하나님도 좋아하시는 것’ 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런게 과연 있을까..

어떻게 해야 성공, 아니 ‘승리’할 수 있을까..

역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러한 내 모습을 눈치 챘는지 택시 기사님이 불쑥 말을 건넨다.

“무슨 고민 있으신가봐요?”
“아, 네.. ^^;; 아닙니다.”
“전 운전을 하니까, 그냥 오늘 하루가 끝이려니 하고 삽니다.”
“그러세요..?”

그래. 내 인생이 주님께 속해 있음을 인정하고, 오늘 하루가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each and every day’ 의 마음을 회복한다면.. 바로 ‘지금’이 그 분의 일을 해야할 시기가 아닌가.

미래의 일을 고민하는 것으로 걱정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 페이지를 충실하게 채워 넘기겠다. 주님의 일은 승진해서도 물론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난 지금 바로 주님의 일을 시작해야 한다.

집 앞에 오니 미터기 1,600 원. 여느 때 처럼 천 원짜리 지폐를 두 장 건네며, 어느 때보다 잔돈이 아깝지 않음을 느꼈다.

“잔돈 괜찮습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그렇게 채워진 어제 마지막 페이지. 오늘의 첫 페이지는.. 이제 전쟁이닷.!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