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이미지는, ‘과연 이런게 있을까”였다. 이어서 함께 나누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블링크란 단지 직관이 아닌 “직관적인 사고체계”를 의미한다.
왜 직관적 사고가 필요할까
무수한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 정보화 시대의 총아로 자리매김한 IT 기기들이 많은 데이터를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여 최신의 “정보”로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정보가 과연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저자는 오히려 잘 훈련되고 다듬어진 직관력 ㅡ 직관적 사고체계 ㅡ 가 발휘될 때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펩시, 코카 콜라의 Blind Test 는 양 쪽 모두에게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콜라가 ‘단순히 눈을 가리고 한 모금 마시는 것이 아님’에도 시장의 중요한 반응으로 여겨진 것이다.
미 국방부가 실현한 최첨단 전투 시뮬레이션 장비(War Game)은 이라크 침공의 사전 훈련 도구로 사용됐지만 역시 직관적인 사고체계를 갖고 있던 가상의 적군에게 모의 훈련에서 참패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론은 의사 결정권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정보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
직관적 사고의 득과 실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 인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이 뉴욕 경찰로부터 수배중인 강간범의 인상과 닮았다고 심문받은 일을 전하며 오히려 다듬어지지 못한 직관적 사고가 불러올 수 있는 폐해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2000년 뉴욕에서 발생한 Amadou Diallo 사건은 직관적 사고의 오류가 빚어낼 수 있는 최악의 결과였다. 경찰이 디알로를 1) 흑인, 2) 범죄가 만연한 뉴욕거리, 3)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빼내려던 모습에서 추론하여 무려 41 발의 총알을 발사한 사건이다. ㅡ 사실 그는 순진한 이민자에 연약한 말더듬이였고, 주머니 속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을 꺼내는 중이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일상의 판단 가능한 직관적 사고에 앞서 약간의 여백을 둘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직관적 사고의 대가들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직관적 판단에 앞서 시간의 여유를 갖는다는 것이다. 또한 직관적 사고체계가 결코 긴급하거나 신속한 결정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의 마지막 표지를 바라보며
자신의 결정에 대한 충분한 핑계거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많은 정보를 찾아간다. 나 역시 ‘별 것도 아닌 일’을 위해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찾아 놓고 고민하던 기억이 있다.
‘직관적 사고 체계’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충분히 학습되고 훈련받을 수 있는 과정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정보들이 지금보다도 몇 배 이상으로 늘어날 미래에는 필수적인 판단 기준을 놓치지 않고 시간에 여백을 둔 직관적 사고체계가 더욱 힘을 받으리라 생각된다. 이것이 Bl!nk 의 결론.
책 속의 내용 몇 가지
- 신속한 결정이 일면에서는 신중한 결정만큼이나 좋을 수 있다
: 우리는 되도록 많은 정보를 모아 가능한 한 심사숙고하는 편이 더 낫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의식적인 의사결정만 신뢰한다. 하지만 비상시에는 순간의 판단이나 첫인상이 세계를 파악하는 훨씬 더 나은 도구 역할을 할 때가 있다.
-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 사실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는 작업에 임할 때, 우리는 거창한 주제에는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흘러가는 순간순간의 상세한 내막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우리 자신과 우리 행동을 분석하려면 눈 깜짝하는 동안의 순간적인 판단도 수개월에 걸친 이성적인 분석만큼 가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혜안(coup d’oeil)
: 군대에서는 장군들에게 ‘혜안’이 있다고 말하는데, ‘coup d’oeil’은 프랑스어로 ‘한눈에 알아차리는 힘power of the glance”을 뜻한다. 전황을 순식간에 파악한다는 의미다.
- 사실 나는 우리가 잠긴 문이라는 실재를 다루는 데 미숙하다고 생각한다.
: 순간적인 판단, 얇게 자른 조각의 엄청난 힘을 ‘인정하는 것’과 그토록 불가사의해 보이는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순간판단의 불가사의한 본질을 인정해야 한다.
- 어떻게 알았는지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아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존중하고, 또 그럴 때 ㅡ 때로는 ㅡ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받아들이자.

- 終 -
![]() | 블링크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21세기북스(북이십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