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년 2 월 18 일 늦은 밤 - 날씨 참 좋았다. 모처럼 위에 걸친 코트가 무겁게 느껴진..
여수에 다녀왔다. 아침 10 시 비행기로 내려가서, 12시 30분 비행기로 올라오는 초고속 출장(?) 이었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그 곳의 택시 기사분과 나눈 이야기가 회식을 마치고 밤 늦게 들어온 지금도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여수 Expo.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2010 년 세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여수가 후보지로 선정되어 잠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허름한 여수 공항 한 켠으로 벌써 웅장한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것만 봐도, 이미 상당한 투자가 이 지역에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2010년 Expo 는 최강의 경쟁 도시였던 상해에서 개최되게 됐다. 중국은 2008 년 북경 올림픽에이어 2010 년 상해 국제박람회까지. 명실상부한 21세기 세계 선진국 대열에 오를 기세다.
엑스포를 화두로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동안, 갑자기 여수 지역 땅 값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항간에 소문처럼 나돌던 문선명(통일교 교주)의 막대한 자금이 실제로 여수 지역으로 흘러들어왔다는 것이다.
“평당 10 만원도 안되던 논마지기가, 이젠 평당 300 만원 합디더.”
땅 1000 평만 있었어도 더 이상 바퀴 굴릴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기사님의 말이 괜한 너스레가 아닌 듯 싶어 이전에 알고 있던 문선명 씨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네, 이미 저 쪽에 몇 십만 평을 사가지고, 골프장을 짓고, 나지막한 콘도 비슷한 여관도 있더라구요. 공항에서 내리는 손님들 거기 모시고 가면 참 좋습니다. 택시비가 25000 원도 더 나오죠.”
그랬다. 최근 문선명 씨는 자신의 죽음이 임박해서인지, 해외에 있던 많은 자금들을 국내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재작년 이미 용평 리조트를 인수하고, 강원도 평창 올림픽 유치를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쓰러져 가던 일화 그룹을 일으키고, 성남 일화 축구단을 명실 상부한 국내 최고 프로 축구단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 청평 지역에 대학교와 커다란 유원지 부지를 확보했고, 선문대학교와 같은 통일교 재단의 학교들은 1 년간의 외국 연수 활동을 내세워 우수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기에 오늘 방문한 여수 지역까지..
“그래도 문선명 씨 덕분에 여수는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뭐 땅 값이 오르면 그만큼 사람이 모인다는 얘기죠. 그러고 보면 지난 번 탑승하신 교회다니시는 분은 마구 그 사람을 욕하던데, 제가 봐선 그래도 문선명 씨가 좀 난 사람입니다.”
문선명 씨의 국내 투자는 사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말로만 떠들던 지방 발전 계획이 특정인의 사유 자본에 의해 실제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더욱이 해외에 알려진 그의 ‘지명도’로 인해, 다른 외국 자본도 한국 내 투자를 물색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문득 저 멀리 아프리카에 까지 펼쳐진 통일교의 선교 활동이 세상에서 환영받는 이유가 바로 이 막대한 자본력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 시대에 나의 돈을 갖고 들어와서 너를 위해 쓰겠다며 이 사실을 믿으라는데, 눈에 보이는 그러한 현실을 믿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전 믿음의 선배들을 국가에 애국하는 사람들이었다” 는 김동호 목사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구한말 시대의 우리 크리스챤들은 열심히 벌어 국가에 세금을 내고, 남은 돈으로 광복 운동과 국민 계몽, 소외된 계층을 위해 쓰는데 아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힘이, 지금 우리 땅 가운데 그토록 많은 교회들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하지만.. 지금 우리 모습은 어떤가. 언젠가 부터 기독교는 “미국에서 들어온 부자 종교” 라는 천대를 받기 시작했다. 강남의 교회가 융성하고, 일부 대형 교회들 사이에서 부자 목사님들 간의 ‘세습화’가 지적되면서 교회는 점차 사회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의 모든 죄악을 십자가의 보혈로 구속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오늘날 “나 만의 신앙, 축복은 내 것” 이라는 내 욕심으로 가리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도해야 될 제목이 또 늘었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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