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른베르크(Nürnberg, Nurnberg)

도착 다음 날 새벽, Frankfurt 중앙역으로 향했다. 오래전 모습 그대로인 중앙역은 도시의 성장과 함께 한 편이 가로 막힌 채로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기차가 역을 관통하지 못하는 노선의 한계는 있지만, 오히려 역 광장과 여객 터미널이 넓어 승객들에게 편리한 느낌을 준다.

고성가도의 중간기착지

동남부 위치한 도시 Nuremberg 까지는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Frankfurt 에서 Munchen 으로 향하는 길은 잘 보존된 중세시대 영주들의 성 덕분에 고성가도로 불리는데, 바로 그 중간 기착지 정도에 놓인 도시다.

세계적인 전시회를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유치하는 독일의 앞선 행정이 부러웠다. 탁 트인 초원을 달리는 ICE 고속철도 안에서 가뜩이나 좁은 땅, 그것도 수도권에 집중된 탓에 늘 부동산 대란과 교통 체증이 끊이지 않는 우리에게 필요한 다른 차원의 접근을 상상해 봤다.

이어서 도착한 Nuremberg. 전시장으로 향하며 잠시 이 곳에 있는 고성에 대한 이야기를 택시 기사님께 들었다. ‘업무를 마치면 시간이 될까…’ Messe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큰 규모였고, 이와 비슷한 종류의 전시회도 옆에서 함께 열리고 있었다.

정겨운 돌 포장 길과 높은 언덕

전시관 개관에 맞춰 관람을 시작한 덕분인지, 솔직히 마음이 급했는지 몰라도 돌아가는 열차까지 한 두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옛 시가지 광장에 도착하니 영화에서나 보던 꽃과 치즈의 Bazar 가 열리고 있었다.

광장부터 놓인 돌 포장 길을 따라 높은 경사를 오르니 이내 언덕 위에 옛 Nuremberg 영주의 성이 보였다. 성완 군과 함께 담은 배경의 높은 첨탑은 알고 보니 감옥으로 쓰인 곳이라고 했다. 어느 나라의 공주님이 갇혀 있었는지 몰라도.. 구해주려면 정말 쉽지 않아 보이는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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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안뜰에 들어서니 피할 수 없는 고요함이 찾아왔다. 큰 돌로 지어진 궁궐은 사각을 이루며 안뜰을 감싸고, 그 중앙에는 예쁜 노란 잎을 드러낸 은행 나무가 서 있다. 바닥에서 시작한 담쟁이 덩쿨은 높은 테라스까지 이어졌고, 짧은 시간이나마 권 과장님과 안뜰 벤치에서 말 없는 휴식.

궁궐 안, 그리고 많은 ‘Korean’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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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Nuremberg 에서 한국 분들을 뵙기란 쉽지 않았다. 낯선 동양인의 모습과 넥타이 정장으로 이 성을 돌보는 독일 할머니의 안내를 받았는데, 궁궐 안 공간마다 40~50명 정도를 가둬놓고 하시는 그 방법이 가관이었다.

그러기를 30분 남짓. 결국 용기를 내서 일정상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니 다른 관광객을 향한 할머니의 큰 목소리가 이어진다. “한국에서 오신 이 분들은 매우 급한 일로 먼저 가셔야 한다고 하네요, 비상구를 열어드릴테니 다른 분들의 인사 부탁드립니다.”

어설픈 인사와 도망치듯 빠져나온 발걸음. 그런데 이어서 많은 독일분들이 “We are also Korean”을 연발하며 따라 나오셨다. ^-^ 순식간에 기다릴 줄 모르는 ugly Korean은 수 십명이 되고, 그 조용하던 궁궐 안뜰은 호통치시는 할머니의 목소리와 도망가는 ‘Korean’들(?)로 채워졌다. ㅎㅎ


프랑스 레스토랑
Nuremberg 성에서 내려오는 길, 사실 도시의 아름다움에 빠져 간단한 차를 마시려다 성을 찾았기에 휴식에 대한 갈증이 더했다. 우연히 걸려 있는 프랑스 깃발을 보고 들어간 레스토랑에서는 며칠 전 개업했다는 주인 아저씨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기름기가 전혀 없는 깔끔한 프랑스 식 피자와 달콤한 Crepe 요리, 그리고 갓 빚어낸 Dunkles 흑맥주가 입안을 채워줬다. 프랑스 인답게 요리에 대한 확고한 Pride를 설명하시는 주인 아저씨의 열정에 감사했다.

비록 하루 종일 서서 걸으며 가볍지 않은 책임과 전시회 브로셔 묶음을 어깨에 짊어졌지만, Frankfurt 로 돌아오는 길 내내 눈 앞에 펼쳐진 목가적 풍경에 대한 정이 샘솟던 시간이었다.

- 終 -

Wikipedia 의 Nuremberg 설명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