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월 준이와 13개월 현이를 데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시작한 독일로의 귀국길. 내 인생에 있어 가장 긴 비행이었다.

Papa muss Alles machen.

승무원 분들을 비롯한 거의 모든 승객분들이 우리 가족을 기억하실 수 있을 터였다. 전날 ‘설레임’으로 잠못이룬 내 체력도 결국 아들 둘이 느끼는 답답함에 무너지고 말았다. 집에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나니, 아내가 나도 모르게 지나쳤던 말 실수를 깨닫게 해 주기도 했다.

그랬다.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그 안에서 느끼고 있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내 마음은 일종의 의무감이었다. 아빠로서 한 번 멋지게 해보겠다는 나의 설레임은 비행이 시작된지 채 2 시간이 가기도 전에 지쳐 갔고, 어린 아들 둘이 모두 ‘자기만의 엄마’를 찾으며 다른 승객들은 아랑곳 없이 보챌 때 무너졌다.

어찌 보면 아빠로서의 책임감이 자존감으로 더해져, 정작 아이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에 상처를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교만함으로 더해져, 난 잘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생각에 상처 받은 척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도 같고 말이다.

아내의 사랑

아내 승혜의 사랑은 그야말로 헌신적이었다. 내 얼굴에 당연히 드러났을 지친 기색과 짜증 섞인 반응에도, 아내는 차분하고 꾸준히 아이들의 필요를 하나 둘 충족시켜 줬다. 난 살고 보겠다는 심정(^^?)으로 기내식을 허겁지겁 먹었는데, 도착할 때 즈음 생각해 보니 아내는 식사는 물론, 흔한 음료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했던 것 같았다.

우리나라가 아닌 먼 나라에서 일하는 나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었을텐데.. 아내는 서로 자기 엄마라고 다투듯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의 틈바구니에서도 변함없이 미소를 전하고 있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인천공항을 이륙해 7시간이 넘은 뒤 드디어 첫 아들 준이가 잠이 들었다! 휴우~ 이어서 도착 두 시간 전 즈음, 드디어 둘째도 잠이 들었다.

Papa kann Alles machen!

대박이었다. 아내와 내가 12시간이 넘는 비행에서 함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둘째 현이가 잠든지 10분 후, 비행이 2시간이 채 남지 않았을 때였다. 게다가 4명의 가족 중 편도 티켓을 끊은 현이 자리가 가장 비쌌는데, 그 자리는 그 때까지 계속 ‘짐 칸’이었다가 드디어 좌석이 됐다.

옆자리의 독일 남자분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본인도 두 살 난 아들을 키우고 계신다는 인사를 듣고 나 또한 잠시 눈을 감았는데, 순간 그 분의 얘기였는지 내 머리 속에서 들린 소리는 “Papa muss…”가 아닌 “kann”, 아빠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의무가 아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의 조동사였다.

능력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내 힘으로 해보겠다는 의무감으로 벌였던 비행은 나를 무너지게 했다. 늘 오가는 여정이었고 익숙한 비행기였지만, 좌석 스크린에 나타난 비행 잔여 시간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나의 조급함은 아이들을 불안하게 했고, 이들을 섬겨야 한다는 의무감은 이내 피곤으로 바뀌었다.

어느새 이틀이 지났다. 어제는 회사에서, 오늘은 집에서, 치열한 일상은 변함없지만 계속 손과 발을 움직이련다. 순종함으로, 능력의 아버지를 체험하는 올 한 해가 되길 기도한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