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학기. 논문 계획서를 앞두고 그동안 뭘 배웠나..를 돌아보고 있다 ㅎ. 공들였던 과제들, 해치우기 바빴던 숙제들. 그 중에 기록으로 남길 것들을 찾아 옮긴다.

□ 석승훈 교수님, “기업과 가치” 과제 中 (‘19. 1학기)

장면1. W가 아닌 How much

경영전문대학원 후배들의 멘토링 시간. 후배들의 관심도가 높았던 금융 업계에 근무하는 EMBA 원우들에게 빠지지 않은 질문은 그들의 “연봉”에 대한 것이었다. 당연한 관심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멘토들의 삶에 대한 모습보다 그 보상에 쏠린 능력 있는 친구들의 질문이 이미 우리 스스로 칼 폴라니가 말한 거대한 전환의 결과, 곧 우리의 활동을 노동의 가치(가격)으로 확인 받아야 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당장 앞에 놓인 취업이란 관문으로 인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는 것 또한 우리의 한계임이 안타까웠다. 나도 그 부분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지만 대부분 질문이 일과 취업의 What, When, Why에 관한 것이 아닌 How much에 관한 것이었음도 결국 연봉이란 것이 무엇인가 본질이 아닌 평가의 방법에 따른 귀결임을 되돌아보게 한다.

장면2. Yellow Vest Movement in Paris

시민들의 혁명으로 민주주의와 대의정치 체제를 확립한 프랑스를 찾았던 지난 주말, 칼 폴라니가 6장에서 언급한 정치와 경제 영역의 제도적 분리에 있어 “자기 조정 시장”에 질문을 던지는 노란조끼 시위대의 꾸준한 움직임을 목도할 수 있었다. 비록 위험으로 인해 이들을 가까이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통제된 도로와 걸린 문구들을 통해 출장 중에 학교 과제를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됐다. ^-^ 칼 폴라니가 언급한 대로 시장경제에 필수적인 노동, 토지, 화폐가 거래되고 산업(공장) 시스템이 가동되며 가격이 생산과 재화의 분배를 통제하게 됐다. 노란조끼 시위대는 최근 급등한 유가와 낮아진 생활 수준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었고, 이는 곧 우리 모습이 나의 존재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닌 내게 주어지는 교환가치의 크기로 결정되는 ‘사탄의 맷돌’에 노출된 우리 현실을 보는 듯했다.

장면3.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

돌아오는 비행기 안. 얼마전 파리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서울시 면적의 10배가 훨씬 넘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지난 해 사라졌고, 지구 전체로도 벨기에 면적에 해당하는 숲이 사라졌다는 보도를 접했다. 숲을 비롯한 많은 자연들은 “경제적 주체”가 아니기 때문일까. 칼 폴라니가 말한 원리인 1) 상호성, 2) 재분배, 3) 가정경제(자급자족)에 있어 우리는 자연과 환경을 상대로도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규제와 규율이 없어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책에 언급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이익을 위한 생산”이 인간의 끊임없는 개인 욕망과 맞물려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한계점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곧 사회적 관계, 자연 환경에 대한 인간의 책임보다 화폐로 매겨지는 수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필요한 세계 속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제도적 패턴 찾기

본서의 4장과 6장 사이에 위치한 시장 패턴의 진화 부분은 이러한 장면들의 단편을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되고 있다. 곧 기존의 고전학파가 주장하는 물물교환에서 분업이 발생해 국가간 무역으로 확장됐다는 개념이, 사실은 원거리 무역을 통해 여러 재화들과 노동력이 지리적으로 분포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라는 점이다. 곧 마을장터와 원거리 무역은 모두 개별적인 존재였으며, 중상주의를 통한 전국적 시장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 국가의 개입과 규제를 통해 그 범위가 확대된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정보통신과 산업기술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극복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책임 있는 규제보다 자유로운 거래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음은 우려 스러운 부분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동안 다소 난해한 내용도 일부 있었지만 그렇다면 현대, 그리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정부의 모습은 어떤 형태일지 궁금해졌다. 저자의 말대로 자기 조정 시장의 부작용과 폐해가 크다면 정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지, 그리고 내가 속한 회사의 주요 업무인 국제 통상과 무역은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지 말이다. 그리고 정부가 무언가 역할을 하려해도 그 방향이 잘못된 경우, 가령 앞서 언급한 정부의 유류세 인상으로 표출된 파리의 노란조끼 시위와 재정통합 없이 기축통화를 만들어 동일 통화권 내 국가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유로 화폐 등에 대해 지금 현 시점에서 어떤 대안들이 가능할지 고민해야 하겠다. 물론 저자는 공산주의와 마르크스를 말하는 것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자유 시장경제에 도래할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지금이라도 임금 차이를 줄이고 토지에 대한 공개념을 도입하며 과도한 이자율에 대한 합리적 규제가 가능할지, 나아가 시장경제를 유지하며 이러한 노동, 토지, 화폐의 상품화를 이제라도 막아 낼 수 있을지 책 속에 언급된 과거 사회의 모습 뿐만 아니라 미래의 우리 모습에서 살펴보고 싶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