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년 12 월 7 일 (금) 새벽 - 밤을 샜다.. 날씨는 모른다.

이런.. 저녁에 잠을 좀 오래 잤더니만, 공부도 안하면서 어느덧 시계는 새벽녘을 향하고 있다. 쩝.. 못다한 시험 준비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잠시 짬을 내어 관리 소홀로 엄중히 경고받은(!) 내 홈페이지에 들어왔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 내 주변에는 많다. 값으로 환원할 수 없는 하나님의 선물이랄까..

언젠가 학원 수업을 마치고 밤 늦게 집에 돌아오고 있었는데, ‘도(道)’ 나 ‘기(氣)’ 를 수련하시는 여자 분이 잠실역에서 나를 붙잡았다.

“어..어어… 저기요, 잠시만요, 있잖아요…” (항상 그들의 프로포즈는 나를 당황케 한다.)
“정말 놀라운 기를 갖고 계시네요. 정말 아름다워요…”
“아니, 본인은 아직 모르세요? 그 얼굴 속의 평화로움과 따뜻함을요..”
“정말이에요. 제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정말이에요.”

이런.. 이 아가씨는 급기야 내 손에 팔짱을 꼈다. 아니.. 이런 행보를 해보지 못한 내게는 정말 어색한 일이었다. 이거야 원..

서둘러 걸음을 재촉해서 지하철 역 밖으로 나섰다. 잡은 팔을 놓지 않고 제발 자기 이야기를 한 번만 들어달란다. ‘용진이’는 정은 많지만 보기보다는 철저히 ‘현실적인’ 사람이어서… 그 말이 귀에 들어올리 없었다.

“집에 빨리 가봐야 되겠습니다. 늦었거든요…”
“뭐가 늦었다는 말이죠?”
”…”

생각해 보니, 뭐 그렇게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집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하루일을 정리하고,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잠 드는 것. 문득 늘 이 시간이면 “여인천하” 를 보고 계시던 어머니가 떠올라서, 나는 보지도 않는 TV 프로그램을 둘러댔다.

“여인천하 봐야돼요.”

이젠 그 여자분..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로 무심코 지하철 역을 떠나는 내게 외쳤다.

“TV 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

세상에는 물론 TV 보다 중요한 것이 많이 있다. 가능하다면 그 여자분에게 하나님을 전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아직 훈련된 내 영성이 부족하여 TV 보다 중요한 것, 비교할 수 없는 것을 일러 주지 못했다.

대인 기피증인가.. 사람 만나는 약속이 없다보니, 새로운 사람들을 대하는 일에 어려움이 생긴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뉴스가 들려왔는데, 오늘은 금요일이란다. 집에 도착해보니, “여인 천하”는 월, 화요일 밤에 한단다. 흐흐… 결국 TV 를 모르는 나는 거짓말을 했었다. -.ㅡ;;

TV 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괜찮겠지. ^^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