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명쾌한 통찰력이 담긴 책을 접하게 됐다. 회사 추천도서로 받아 읽게 된 “the Next Global Stage”는 그 깊이 만큼이나 완독하는데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지만, 분명 앞으로 몇 번을 더 찾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저자의 폭넓은 지식을 가늠케 했다.

오마에 겐이치 (大前硏一)

짧은 시간 U.Penn 에서 생활할 때 옆에서 Wharton School 의 위용을 목도한 적은 있었지만, 다시금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Wharton 출신의 경영전략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이자 경영 전략 관련 저술가 중 한 사람인 그를 환갑의 나이에 적어 내려간 근간을 통해 이제서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저자는 Stage 라는 제목에 맞추어 “새로운 무대”, “연출 방향”, 그리고 “대본”의 순서로 논지를 전개해 간다. 변화하는 시대를 바라보며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고, 이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경영전략의 비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하며, 나아가 실제에 적용이 가능한 사례들을 찾아가는 흐름을 통해 배우들 ㅡ 국가정부, 지역, 조직, 개인 ㅡ 을 향한 각자의 역할론을 익히게 된다.

가장 인상깊은 내용은 ‘글로벌화의 흐름은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것. 이미 국가 경제는 많은 부분 지역 경제로 시장의 주체가 변화되고 있으며, 민족주의적 국가관만을 강조하다 보면 언젠가 세계에서 도태되고 만다는 것이다.

사대주의적 사고관

2002년. 아시아 최강이라 자부하던 우리 민족의 國技, 축구 대표팀 수장으로 유럽 사람이 들어와 앉았다. 시범경기 때마다 5:0 으로 지다 보니 “오대영”이란 귀여운 별명(?)도 얻고, 아내 아닌 동거녀와의 사생활도 문화 충격으로 전해진 그였지만 결국 실력으로 승부수를 던진 외국인 히딩크.

그를 통해 우리나라는 새로운 리더십을 찾았다며 좋아했지만, 히딩크는 ‘굳이 우리 나라 사람이 아니라도’ 충분히 우리 민족에게 得이 될 수 있는 역할을 극명하게 보여준 가장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품질 좋기로 유명하고 가격은 국내산에 비해 1/10 에 불과한 미국과 동남아産 쌀을 ‘먹지 않기 위해’ 엄청난 보조금을 국내 쌀 수매에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일본 정부를 향해 저자는 “국민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임은 물론 오히려 일본 농촌의 경쟁력을 패퇴시키는 무모한 처사” 라고 직언한다.

차라리 그 보조금으로 베트남의 농지에 일본의 농업기술을 투자하고 일본 농부들을 기술자로 파견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일본 농업의 새로운 발상 전환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기회가 닿으면 자세히 나누고 싶지만, 우리의 교육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수요와 경쟁 발전을 도외시한 “공교육” 과 “평준화” 가 유지된다면 우리 교육 인프라는 세계 경쟁력에 계속 뒤쳐지는 것은 물론, 분명 우수한 학생들을 외국 기관에 빼앗기거나 지방의 중소대학들이 줄줄이 쓰러져가는 “교육계의 IMF”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ㅡ 이미 서막이 시작되고 있다.

민족국가 -> 지역국가

저자는 거대한 중국의 놀라운 성장 발전이 지역별로 자체적인 외자유치와 경제모델 설정이 가능했던 ‘지역 분권화’에 있었음을 강조하며, 비단 중국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발트3국, 인도, 싱가포르와 같이 지역 거점의 비전을 달성한 여러 사례들을 전해준다.

글로벌 경제란 더 이상 구시대의 ‘법칙’이 Manual 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닌 누가 빨리 9 억 네티즌의 마음을 읽고 기술의 변화를 찾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느냐에 있음을 강조하는 저자의 의견은 환갑을 맞이한 노년 경영전략가의 그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다음”을 내다보게 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상사(商事)에서 새로운 Biz. Model 과 역할론을 찾아야 하는 내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며 적어도 한 4 가지 BM 은 책의 뒷 표지에 적게 된 듯 싶다. 아직은 햇병아리 월급쟁이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실현해 보고 싶은 ‘돈벌이’ 아닌 새로운 ‘기능’.

깊이 만큼 더해진 것들

굳이 책의 단점을 찾자면 저자의 깊이 넘치는 지식 덕택인지 전체적인 구성이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루에 Chapter 한 개 씩을 읽는 방식을 취했는데, Chapter 마다 많게는 3 배 이상 차이 나는 분량으로 결국 내 계획은 ‘나일롱’이 돼버렸다. ㅠㅠ

적어도 나는 오마에 겐이치란 인물의 놀라운 통찰력을 응원하고 이대로 전개될 세상을 바라보고 준비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 듯 싶다. 성장없는 배분을 강조하고 ‘노동자’를 위한 실체없는 평등을 외치는 이들에게 이 책의 논리는 어떻게 비판받게 될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앞으로 세계를 무대로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은 사람, 아니면 그냥 앉아서라도 우리 나라에 미칠 세계의 영향력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강츄! 원츄! ^o^

책의 내용 몇 가지를 옮겨 적어본다. ㅡ 잭웰치의 “위대한 승리” 만큼이나 좋은 내용이 너무 많고, 흐름상 부분만 옮기가 어렵지만..

  • 글로벌 경제란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신경제와는 다른 개념이다.
    : 신경제는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도래한 기술적 진보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 질서를 가리킨다. 반면에 글로벌 경제는 고유의 역동성과 논리를 가지고 있다. 이 개념은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다. 글로벌 경제에 대해 불평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고, 사람들은 글로벌 경제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습득해야 할 것이다.

  • 지역 국가는 정치적 개념이 아닌 경제적 개념이다.
    : 많은 사람은 민족 국가가 인류 역사상 매우 오래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실제로 민족 국가라는 것이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 하나로서의 중화인민공화국의 개념은 이제 정치의 측면에서만 유효한 것이다. 중국이 고속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도시와 지역을 얼마나 많이 육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글로벌 경제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상들은 결국 민족 국가가 아닌 지역 국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 오늘날 세계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할 것을 요구한다.
    : 세계화는 민족 국가를 해치고 파괴하는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와 인간 구성원간에 존재하는 상호 연관성을 깨닫고 인정하는 행동일 뿐이다. 세계화는 전 세계적으로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를 가져오며, 경제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국가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준다.

  • 비전은 미래를 내다보는 데 있어 결코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 비전은 담대해야 하며 때로는 무모할 정도로 적극적이어야 한다. 미래는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바다와 같은 존재다. 그러나 비전은 절대로 추측의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1) 비전은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 국가, 지역, 그리고 기업의 성공은 점점 더 탁월한 능력을 가진 개인에게 의존하게 될 것이다.

 2) 비전은 해외의 자금들을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 국제 자본과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정돈되고 규율 잡힌 국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는게 싱가포르 리콴유 수상의 논리였다.

 3) 비전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 終 -



The Next Global Stage
오마에 겐이치 지음, 송재용.강진구 옮김/럭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