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돌아간다. 하루하루가 길면서도 또 이렇게 새로운 월요일을 마주할 때면 ‘어느새 한 주가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호젓한 독일 생활
그러고 보면 독일에서 배운 Lifestyle 중 하나는 바로 호젓함이다. 무언가에 쫓겨 다니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의 일상을 유지하고 그렇게 더해져가는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들이 솔직히 부러운 때도 있다. 하지만 욕심이 없는 듯 싶다가도 이들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할 때도 있고, 속도 무제한의 아우토반은 무엇인가를 표출하고 싶은 독일인들의 감성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와~ 차 진짜 좋네’. 분에 넘치는 자동차의 핸들을 잡고 있지만 그래도 또 더 좋은 차가 지나가면 취약했던 대학 전공과목의 지식을 애써 되뇌이며 차의 옆 모습을 관찰한다. 요즘 관심있는 부분은 세련된 바퀴 휠 사이로 드러나는 브레이크. 엔진의 성능이 넘치는 자동차일 수록 성능 좋은 브레이크가 필수임은 물론이고, 바로 그 ‘통제력’ 때문에 슈퍼카의 위용이 더해짐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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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edes AMG Bremse[/caption]
트랙 돌기
지난 주말에서야 처음 2014 동계 올림픽 중계를 봤다. 독일 TV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미처 잘 보지 못했던 것 같은 종목들의 중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어떤 경기였는지 선수들의 몸짓에서 지금 선수들에게 스피드 못지 않게 필요한 기울임을 찾을 수 있었다. 트랙과 깃발 사이를 빨리 돌며 달려야 하는데, 문제는 빠를수록 더해지는 관성의 원심력으로 회전 반경이 커진다는데 있다.
선수들은 이와 상응하는 구심력을 찾기 위해 몸을 회전의 중심으로 기울인다. 피겨 선수들은 안정된 점프를 위해 팔을 상체로 모으고, 스키 선수들은 급경사 Rounding 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썰매를 타는 선수들에게는 회전 구간의 접지력이 기록 단축의 열쇠이고, 빙상 선수들에게 트랙에서의 Corner Work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터. 중심을 붙잡는 힘, 구심력이다.
파이를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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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 phi _ kyj.kr[/caption]
그러고 보면 빨라진 세상 속도 만큼 반경도 커졌고 또 그 만큼의 파이(지름, φ;phi)도 커진 것 같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커진 파이를 나누는 일에서 아직 평안을 찾지 못한 것 같고, 역시 더 빨리 달려야 더 큰 파이를 먹는다는 명제에 갇혀 무언가에 쫓기거나, 빚진 사람들 처럼 오늘도 정해진 시간 안에 가능한 큰 원을 돌기 위해 달린다.
말 장난이지만, 더 빨리 돌아도 결국 일정한 파이(원주율, π:pi)를 갖게 된다면 무작정 빠른 것보다 우리 삶의 긍정의 브레이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의 빠른 변화 속에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찾고, 구석에 몰린 것 같을 때 멋지게 벗어날 Corner Work 을 익히고, 우리의 몸을 중심 방향으로 기울여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분명 그 구심력이 또한 더 큰 원을 빠르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을 믿는다.
중심 회귀
나름 회사의 배려로 독일어와 이곳 문화에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이들에겐 여전히 동양인, 또 언젠가는 돌아갈 투입된 파견자[Einsatz]로서의 정체성도 지울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천국 백성으로 이 땅 가운데 살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해외에서의 주재 생활을 통해 새삼 돌이켜 보게 된다.
월요일 퇴근 길. 아우토반 옆 프랑크푸르트 야경 지평선에 큰 달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얼마나 먼 거리에서 중심을 잡고 돌고 있는지, 집 앞까지 달려왔지만 다시 살펴 본 달님의 움직임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소망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그 중심을 보시는 분께서 허락하시고 또 더해 주실 좋은 시간에 감사드린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