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올 해 안으로 무료 입장 행사를 마무리 한다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가는 발걸음이 시작됐다. 개관 초기 수 많은 인파로 입장 인원을 제한한다는 소식을 들은터라 찾아가기 전 전화 연락을 23 차례. 확인한 내용은 “일반 관람에는 무료 티켓 배부의 제한이 없다”는 여유있는 대답^^.

박물관은 우리 땅

미 8 군 용산부대가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곳. 예전에 군 생활을 할 때 기초를 파고 철골을 쌓는 모습을 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 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새로운 건물에 국립 중앙 박물관이 개관했다.

용산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외세의 땅으로 늘 기억되던 곳. 통일신라 시대 삼국통일에 힘을 보탠 당나라 군대가 주둔했던 것을 시작으로 ㅡ 이래서 카투사를 ‘당나라 부대’라 하는지도.. ^-^;; ㅡ 일제 시대에는 일본 육군 본부가, 이어서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현재까지 주둔하고 있다.

전시관을 나오며 “중앙박물관 60년” 브로셔를 보니 건물의 역사도 만만치 않다. 1945년 처음 경복궁 옆 일본 관청 건물에서 시작, 덕수궁 석조전, 광화문 중앙청 건물 같이 외세가 지은 건물들을 전전하다 오늘에 이른 것.

마침내 미 8 군 골프장 부지를 돌려 받아 용산가족공원을 꾸미고,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손으로 직접 지은 우리 땅, 우리 건물. “내 집 마련”에 60 년이 걸린 셈이다.

더해야 할 주인 의식

보이지 않는 역사의 흐름 속에 힘들게 자리잡은 공간인 만큼 당분간 우리들의 주인 의식이 더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직 무료 입장이라는 특혜(!) 덕분인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있음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지만, 그 만큼 찾아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듯..

전시품을 보호하기 위해 작은 조명 하나하나 빛의 주파수를 고려하여 놓은 것이지만 그 앞에서 사진기 Flash 를 터뜨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고, 청개구리 정신으로 ‘손 대지 마세요’를 반드시 건드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어린 친구들(^^)도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뉴욕 자연사박물관, 필라델피아 Museum 등 다른 국가의 공립 박물관이 적용하고 있는 Donation 제도는 어떨까.. 최저 입장료 이상의 액수를 참관객 개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내고 표를 구입할 수 있는 제도를 통해 박물관이 우리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것이다.

넓고 깨끗한 곳, 그 만큼 기억해 두기

한 3
4 시간을 걸어다녔는데, 결국 2 층 한 부분은 모두 보지 못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서서 이 것 저 것을 돌아보는 피로함이 몸에 찾아온 탓도 있지만, 사실 처음 가 본 곳이다 보니 가이드 맵에 의존해서 여기 저기 다녔을 뿐.

다음부터 갈 일이 있다면 적당한 관람시간과 그 날의 목표 동선을 미리 정해 두고 꼭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들 몇 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작품 설명을 해주는 PDA 와 MP3 기기들은 하루 전까지 인터넷 예약 필수. 현장에서는 이미 대여가 끝난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아무쪼록 이 새로운 공간을 통해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우리와 세계 사람들에게 신선한 메세지로 다가갈 수 있길 소망하며..

- 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