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년 12 월 13 일 (토) 낮 - 날씨 쌀쌀.. (아까 ‘햇반’사러 나갔다 왔음..)

낮잠을 잤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TV 를 본다는 것이, 그냥 잠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디선가 계속 걸려오는 핸드폰을 무조건 무시하며.. (난 오늘 쉬는 날이다. 요즘엔 회사에서 하루 50 여통도 넘게 전화를 받는데.. 전화기에 귀를 갖다 대기가 싫다.)

그렇게 잠들어 꾼 꿈은 악몽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척 즐거운 길몽도 아니었다. 그냥 전자 오락 속 주인공이 되어 단계를 깨고 나아가는 과정. 꿈의 시작에는 조그만 강아지도 두 마리 나오고, 주인공(나)와 함께 하는 보조 캐릭터도 등장한다.

사실.. 그렇게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신기하기도 하지..

잠에서 깨어난 단계는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었다. 짙은 어둠 속으로 계단을 용기있게 뛰어 내려가면, 그 곳에는 어둠으로 가려져 있던 현재가 보이고,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시 용기있게 다음 계단을 내려가 또다시 화려한 재물과 명예를 얻고..

한참을 내려가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 “이대로 자면 안되겠다” 며 스스로를 깨웠다. 시계를 보니 벌써 늦은 오후. 그나마 하루 주어지는 토요일을 이렇게 낭비했다니. 정말 애석한 일이다. 자꾸 정신을 못차리는 뺨을 손으로 때려가며, 세수를 하려는 순간..

‘근데.. 그렇게 자꾸 내려가면 나중에는 어떻게 올라올까..’

꿈 속에서 끝없이 암흑 속 계단을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내려간 나의 모습이 행여 지금의 내 현실은 아닌가 싶었다. 세상의 화려함에 빠져 어디론가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고,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 나름대로 세상의 좋은 결과들을 얻고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영원한 나락으로 내려가고 있던 내 자신을 그제서야 발견한 것이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아직도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몸을 추스렸다.

‘얼른 말씀 읽고.. 공부해야지…’

또다른 하루가 이제서야 시작된 느낌이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