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1일 (토) 낮 - 좋은 날씨다. 햇빛 비치는 날.

요즘 내 방에 있는 2 대의 컴퓨터는 밤마다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어머니께서는 가게가 있는 상가에서 e-Korean 교육을 받고 계시고, 아버지는 중앙공무원 교육원의 사이버 강의실 강의를 맡으셨다. 회사에서 밤 늦게 돌아오는 형도 집에서 컴퓨터가 필요하긴 마찬가지. 그래서 내 방은 우리집에서 가장 작은 방임에도, 매일 밤이면 온 가족이 모이는 따뜻한 공간이 되었다.

목요일 밤에는 어머니께 내일 학원에서 배우실 부분을 미리 가르쳐드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영어 학원에서 선생님과 말다툼을 한 이야기를 드리자, 어머니는 대뜸 ‘그러는 것이 아니다’ 는 지적을 하셨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기분이 좋질 않아도 그것을 함부로 표현하는게 아니란다. 선생님은 그런 네 모습에 얼마나 놀라셨겠니. 꼭 내일 사과드리도록 하렴. 학원이 마음에 안들고, 대화 주제가 나쁘고는 그 다음 문제고, 일단은 선생님과 화해해야지. 우리 나라 사람도 아니고, 외국인인걸..”

어머니의 조언 덕분에 난 예전에 부대에서 미군들과 같이 선물 받은 “하회탈” 을 선생님께 드렸고, 수업 시간을 마친뒤 짧게 나마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은 하회탈 뒷면에 내 사인을 요청했고, 난 무슨 스타라도 된 것인양 “행복한 성탄 보내세요” 라는 한글 메세지와 함께 서명했다.

어머니의 작은 말씀과 도움은 종종 이렇게 내게 좋은 결과로 나타나곤 한다. 뒤늦게야 어머니께서 예전에 가르쳐 드린 내 E-mail 주소로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첫 번째 이메일” 을 보내신 것을 확인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용진아, 엄마는 널 생각하면 좋아서인지 즐거운 마음에 웃음이 난단다.
이제는 너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되었구나.
용진아, 시간이 빠르게 지남을 너도 알고있지?
성경 말씀에도 세월을 아끼라고 말씀했으니 무슨 일에나 지혜롭게  계획을 잘 세워서 해.
엄마는 네가 밤에 너무 늦게 자니까 아침에 일찍 못 일어 나고, 아침 밥도 못 먹으니 참 안타깝구나.
건강 할때 건강을 잘 지켜야 한단다.-(명언)
주님은 너를 사랑하시니 항상 기도하면서 말씀을 묵상하도록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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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를 확인한 어젯밤, 나는 오늘 오전 국제 자격증 시험을 자포자기했을 때였다. ‘다음 기회에..’ 라는, 언젠가 과자 봉지에서 동전으로 긁어 낸 행운권 속의 글귀를 떠올리고 있을 무렵… 어머니의 소중한 기도를 생각하며 늦게 나마 그동안 쌓아 두었던 추억같은 지식들을 생각하며 ‘벼락치기’ 를 시작했다.

CBT 로 진행되는 MS 시험은 바로 결과를 알 수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와 어머니의 사랑으로 난 좋은 결과를 얻었고, 이 모든 것은 어머니께서 보여주신 “앞선 기도” 의 응답이었음을 확신한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