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달 전, 익숙해졌던 전세집을 떠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다. 새로운 전세 계약을 진행하며 다행히 부채 0인 가계를 유지할 수 있음이 감사했다. 우리가 살던 집을 성공적으로 매도하시고 또한 매수하신 분들을 축복하며.
부채
오랜만에 가 본 서점에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부의 확장, 벌어진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데는 이제 투자(or 투기) 밖에 다른 방법이 없음을 전하는 책들로 가득했다. 늘어난 전세금 만큼 나 또한 생전 처음 은행 대출 창구를 찾아보기도 했다. 낮아지고 낮아진 – 그리고 더 낮아질.? – 금리는 수 억원의 대출도 매달 몇 십 만원 씩만 내면 받을 수 있음을 전해줬다. ‘아하.. 그렇게 집을 사는 거군.’이란 생각이 들 때 즈음, 돌아나오는 은행 출구에서 그 어디에도 “원금 상환”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음을 깨달았다.
“잠깐만요, 그럼 원금은 언제 갚으면 되죠?” 라고 물으려는 찰나. 앞서 들었던 설명이 생각나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금은 계속 연 단위로 만기연장된다”고. 곧 이자만 잘 갚으면 원금은 당분간 갚을 일이 없어 보였다. 내게는 분명 빚이 있지만 원금은 미루고 이자만 내면 된다는 것. 그런데 정말 그럴까?
밀당
아마 내가 은퇴에 접어든 나이라면, 은행 창구의 상담 직원분은 신용이 아닌 주택 담보 or 전세 자금 대출을 제안했으리라. 다행히 아직은 직장이 있고 앞으로 소득이 조금이라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나이니만큼 다분히 공격적인 대출 상품도 가능한 때인 것이다. 그 몫돈을 갖고 현재의 이자율을 뛰어 넘는 자본 이득을 얻는다면 원금은 나중에라도 갚으면 되니, Why not? 언젠가 한 후배가 들려준 얘기도 떠올랐다. “그렇게 집을 사는 거에요. 원금 갚아야 하면 그때 집 팔아서 갚으면 되죠. 이미 집 값이 대출 원금 이상으로 오른 경우도 많구요”
늘어나는 가계 부채로 인해 사회의 탄성은 점점 약해져 간다. 현재는 모든 것을 밀어내는 상황. 늘어난 고무줄 처럼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은 사회적 부채의 길이는 역동적인 세상을 점점 잠잠하게 만들고, 축 늘어진 줄은 작은 이벤트에도 진폭을 키워 변동성을 늘려간다. 경제 주체들이 당기는 힘이 클 수록 늘어나는 길이는 더해지고 원래대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는 듯 싶다.
마이너스
마이너스 금리, 마이너스 유가. 곧 돈을 빌리면 돈을 받는 시대, 물건을 사면 돈을 받을 정도로 돈의 가치가 없는 세상. 경제의 생산성은 낮아져 가는데 화폐의 가치 또한 하락하며 노동자들은 소득이 더 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장을 통한 소득의 재분배 보다 소득 증대를 통한 성장이라는, 조금 어색한 논리가 국가로부터 제안되고 한 번 뽑은 노동자를 내 보내기 힘든 고용주들은 새로운 사람을 뽑기를 꺼린다. 때마침 찾아 온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로 고용 성장률 또한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저금리로 인해 대출 받아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들이 늘어가고, 그래도 부동산 만한게 없다며 언제 부동산 시장에 다시 들어갈 지를 저울질 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게.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면 이 모든 것은 경제가 성장할 때, 나아가 그 성장이 개개인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 때 가능한(or 가능했던) 얘기다. 늘어난 고무줄이 어느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탄성한계를 벗어난지 모른다.
내게 조언해주시는 공인중개사 분 말씀처럼 ‘바보같이’ 부채를 안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탄성계수를 벗어난 고무줄도 계속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늘어나면 결국 끊어질텐데.. 당긴 만큼 더 빨리 다가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정말 한계는 없는 것일까.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