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년 6 월 10 일 (목) 늦은 밤 - 좋은 날씨였는데.. 기분은 우울.

사랑하는.. 같은 사업부에 배치되서 지난 1년 반 동안 함께 한 동기가 곧 회사를 떠날 것 같다. 힘들게 먼저 말을 꺼낸 “피같은 동기” 에게 달리 이유를 캐묻고 싶지도 않았다. 그의 어려운 선택을 존중하고, 앞으로 더 나은 자리에서 다시 만날 것을 믿으며.

우리는 분명 불확실한 세대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확실한 선택을 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결국 그것은 확률이 그나마 높은 곳으로의 이동일 뿐, 결과를 모르기는 마찬가지.

의대에 힘들게 다시 들어간 친구가 개인 병원을 차렸다. 소위 “세상의 성공”이 눈앞이리라 하겠지만, 이내 치열한 동네 병원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몇몇 종합병원 출신 의사들이 규합한 ‘컨소시엄 형태’의 중견 병원에 자리를 내준다. 먼저 투자한 “의대 학비” + “병원 부동산비” + “의료장비 값” + “간호사 등 전문 인력 인건비” 는 가히 천문학적 숫자.. 그래도 전문직일까.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는 요즘 계속 잔업으로 정신이 없다. 학창 시절 놀라운 성적과 뛰어난 능력으로 모든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이. 하지만 거대한 조직속에 묻혀 말단의 생활을 하느라 아직 그의 능력은 발휘될 기회가 적다. 대기업은 왜 이렇게 우수한 인재를 데려갈까.. 토익 900 이상이지만, 아직 사무실에서 영어로 얘기해 본 적은 없다. 거기에 술자리와 정치를 알게 된 것도 또 다른 아픔.

통통 튀던 녀석. 결국 외국계 기업으로 갈 길을 정했다. 개인 능력이 인정 받고, 몸 값을 올리며 이 곳 저 곳으로 옮기는 것도 자유. 같은 건물 다른 층의 회사로 가기도 하고, 옆 건물 같은 층의 회사로 가기도 한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에 그럴 듯한 대안. 하지만 그가 속한 회사 사장님 조차도 조직 전체의 장기적 비전보단, 몸 값 올려 다른데 가려는데 여념이 없다. 더욱이 최근 이 분야를 떠난 사장님 나이는 38 세. 그는 10년 남았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과연 젊은 날 누구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회에 나와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바라보니, 애석하게도 우리가 꿈꾸는 “인생역전” 은 흔한 얘기가 아니다. 가능한 쉽게, 그리고 가능한 많이 돈을 버는 것이 성공한 것이라 칭하는 세대지만, 돈이 많은 게 확실할까.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돈 조차도 그 이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보다 확실한 것을 찾으려는 때에 우리 곁에 더해진 불확실성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절대자 앞에 무릎꿇을 필요가 있다. 사람이 그 길을 계획할지라도, 길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라고 했건만.. 우리는 아직도 늪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우리 스스로 몸부림치려는 경향이 강하다.

최선의 선택은 없다.
다만 스스로 내린 선택에 책임을 지고, 그것이 최선의 것이 되게 하는 것일 뿐.

늦지 않은 때에 또 다른 선택의 길을 걷는 동기의 뒤안길을 진심으로 축복하며, 그의 선택이 그에게 있어 최선의 것이 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사랑한다, 준영.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