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상대로 설명하는 일을 하다보니 가뜩이나 말만 하기 좋아하는 성격에 더 입이 분주해진 것 같다. 고객의 전화에도 한참을 떠들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안되는 외국어로 무엇인가를 물어봐야 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날 통화
언젠가 한참 역정이 난 고객분이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오셨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아는데까지 설명해 드리려고 했는데, 워낙 말씀이 빠르셔서 뭐라고 이야기를 전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5분 남짓. 그런데 뜻 밖에도 그 고객님이 갑자기 내게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아니라고 사양해도 극구 자기가 이제서야 답을 찾았다며 ㅡ 난 그 때까지 대답다운 말씀을 드리지 못했지만.. ㅡ 흡족해 하신 것이었다.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작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정작 일상에서는..
그러고 보면 우리 회사에는 말씀을 잘 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 상사라는 특징 때문이라면 ‘장사꾼의 입담’을 생각해도 좋겠으나, 어쨌든 말에 관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가들이 많이 계신다. ^-^;;
다만 4년째 회사 안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니 때로는 ‘솔직하지 못한 아쉬움’도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나 또한 그렇지만, 채워진 것이 없이 말해야 하는 자리가 늘어나다 보면 입심의 그것은 마음의 본질과 거리를 두게 된다.
하나님 앞에서…
내 인생의 지표가 되는 예수님께도 난 늘 말만 많다. 아니, 그나마 그정도의 말이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요즘에는 그저 생각으로 무엇인가를 던져 놓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나님의 말씀을 보고, 듣고 순종하는 일보다 앵무새처럼 그저 내가 누리고 이뤄야 할 조건들을 조잘대는 내 모습은 ‘듣기 능력’에 미숙한 어린 신앙의 그것과 같아 늘 부끄러울 따름이다.
가능한 말과 글을 전하기보다 곁에 찾아오는 이야기를 받아 들이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찾으려 했지만 스스로 찾을 수 없었던 일에 대한 해답은 이미 곁에 찾아와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인정하지 않았을 뿐..
- 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