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 11 월 13 일 (수) 밤 - 추운 날씨, 얼어붙은 마음.

솔직히 고백하면 요즘에는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힘들 정도다. 학교 졸업이나 사람들과의 만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당장 한 달안에 마무리될 “취업 전선” 이 늘 마음 속에 새로운 전쟁을 준비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 곳 일기장 바로 아래에 적힌 “그 회사” 로부터 면접 결과 불합격 사실을 통보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원서 접수를 했고, 높은 경쟁을 뚫고 면접까지 갔지만 결국 면접에서 한 번도 고배를 마신 적이 없었던 ‘짧은 Career’ 에 작은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내 교만도 대단한 것이, 사실 나는 나를 사랑해서 격려해 주는 이들의 이야기를 “내 실력” 으로 곧잘 이해해 버리곤 했다. 반면에 세상은 너무 냉혹하게도, 정말 필요한 사람을 “그들의 기준” 에 맞춰 정하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적자생존..이라고 했던가. 받아들이기도 싶지 않고 인정하기도 힘든 현실 속에서 급기야 몇몇 친구들은 지난 25 년동안 무엇을 배웠기에 이토록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지, 스스로를 탓하고 있다.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을 바칠 곳을 제시하지 못하고 찾아보지 못하는 나와 우리에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사실 ‘그 때 상황에 맞춰진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처럼 힘든 진실도 없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가치보다 시시 때때로 변하는 기준에 맞춰 일생을 살아야 한다면 그것 참 살아가기 힘든 일일텐데.. 결국 많은 청년들은 전문직과 같은 “변하지 않는 자리” 를 찾아 고시를 준비하고, 의약대 진입을 다시 시도한다.

세상이 점점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사실은 변화를 강요하기에 힘든 또 하나의 문제다. 평생 직장보다 상황에 따라 이곳 저곳을 옮겨다녀야 하는 힘든 세상 속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최강(!) 대기업에 입사를 해도 어찌 그 일이 마음 편한 결과라고 만족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의 선택은 하나다.
(어쩌다 보니 “청년백서”로 인하여 위의 말이 아주 우습게 되버렸다^^)

변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변하지 않는 가치 기준을 회복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자신에게 있기에, 어찌보면 이러한 가치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이 있다면, 오늘 떨어진 면접 결과도 내게 “감사함이 되는 이유”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세상의 짜여진 틀에 스스로를 맞춰가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에게도 찾아올 것이기에 그렇게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을게다. 언젠가는 한계 상황에 닥칠 무서운 세상을 바라보며, 나는 이제 그 무질서 속의 질서를 찾아보고 싶다.

어제 학원 선교단 모임에서 함께한 교회 후배들과 같이 “한 주동안 지켜갈 성령의 열매” 한 가지씩을 골랐다. 아홉가지 열매 중에서 내가 택한 것은 충성. 어떠한 일에도, 작은 결과 하나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불씨를 꺼트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주님을 향한 전적인 신뢰와, 행함으로 실천하는 최선이 필요한 때이다.

”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

감사드릴 뿐이다.. 부족하지만.. 언젠가 다가올 승리를 갈망하며..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